국산 AI, 왓슨처럼 인간과 퀴즈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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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인공지능 연구 실무책임자인 김현기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이 엑소브레인이 참여한 퀴즈쇼의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인공지능 연구 실무책임자인 김현기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이 엑소브레인이 참여한 퀴즈쇼의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컴퓨터와 인간의 퀴즈대결이 열린다. 2011년 미국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한 이후 5년만의 일이다.

‘엑소브레인’ 수능 만점자 등 4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Exobrain)’이 오는 18일 오후 대전 유성 ETRI 대강당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인간 퀴즈왕들과 ‘장학퀴즈’ 형식의 지식대결을 벌인다고 14일 밝혔다. 엑소브레인이란 ‘몸 밖의 두뇌’라는 뜻이다. 2011년 왓슨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것에 자극받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3년부터 ETRI를 중심으로 20개 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언어 인공지능’프로젝트다. 인공지능 엑소브레인과 퀴즈대결을 벌이는 상대는 총 4명이다. 2016년 장학퀴즈 상반기와 하반기 왕중왕전에서 우승한 고등학생 2명, 지난해 수능시험 만점자인 대학생, 그리고 국내 방송사 두뇌게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KAIST 학부생 한 명으로 구성된다. 퀴즈대결 문제는 이번 프로젝트에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EBS 장학퀴즈 출제위원단에서 출제한다.

ETRI는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EBS가 제공한 왕중왕전 수준의 문제를 활용해, 12회에 걸쳐 장학퀴즈 연승 우승자들과 퀴즈대결을 연습해 왔다. ETRI 관계자는 “엑소브레인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간 연습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장학퀴즈 왕중왕전 출전자들과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퀴즈 대결은 총 10년(2013년 5월~2023년 2월) 동안의 엑소브레인 프로젝트 연구기간 중 지식 콘테스트 우승자 수준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1단계 과정이다. 2단계(2017~2020년)에는 의료와 특허·법률 등 다양한 지식산업 분야에서 인간의 지성을 보조할 수 있는 ‘스마트 어드바이저(Smart Advisor)’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최총 3단계(2020~2023년)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전문가 수준의 의사결정을 돕는 인공두뇌를 개발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AI 개발은 ETRI와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의 양대 축이 이끌고 있다. ETRI의 ‘언어 인공지능’인 엑소브레인과 ‘시각 인공지능’인 ‘딥뷰(DeepVieW)’는 AI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연구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은 최근 SK가 내놓은 인공지능 비서 ‘누구’와 같은 인공지능 응용 분야를 연구한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은 올 3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 대결에서 이긴 충격 이후 정부가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을 끌어들여 발족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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