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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절개 부위, 폐 절제 최소화 수술로 초기 암 조직 제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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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고대 구로병원 폐암센터
고대 구로병원 폐암센터에서는 주 1회 의료진들이 모여 환자의 몸 상태와 암 진행 정도를 고려해 치료 방향을 정한다. 프리랜서 조상희

고대 구로병원 폐암센터에서는 주 1회 의료진들이 모여 환자의 몸 상태와 암 진행 정도를 고려해 치료 방향을 정한다. 프리랜서 조상희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5년 생존율도 23.5%에 그친다(국가암정보센터). 그러나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생존율을 90% 넘게 끌어올릴 수 있다. 고대 구로병원 폐암센터는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를 겨냥한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다. 폐암 연구의 최전선에서 뛰는 의료진도 많다. 진단·치료·연구 역량이란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조기 진단, 맞춤 치료에 초점
8개 진료과 의료진 협진 원활
로봇 등 첨단 의료기기 활용

폐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다. 초기 증상이 마른 기침이나 가래처럼 감기와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증상 없이 지내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대 구로병원 폐암센터는 조기 진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같은 고위험군 환자를 정기적으로 관찰한다. 필요할 땐 폐암 진단에 활용하는 저선량(低線量)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받도록 유도한다. 조기 폐암 검진 클리닉을 별도로 운영해 폐 조직검사를 시행할 환자를 바로바로 선별해 낸다.

조기 검진과 진단율 향상을 위한 노력은 연구 분야에서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사람이 공기 중에 내뱉는 호기(呼氣)를 모아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상인과 폐암 환자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낸다면 조기 진단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호흡기내과 이승룡 교수는 “폐암도 초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검진·외래·연구 분야에서 조기 진단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검진 클리닉 별도 운영

폐암으로 진단되면 환자 상태에 딱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고대 구로병원은 폐암다학제진료팀 회의에서 치료법을 결정한다.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종양혈액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가정의학과에 속한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치료 방침을 논의한다. 특히 2~3기 폐암 환자의 경우 특수한 상황이 많다. 치료 순서·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여러 진료과 의료진들이 머리를 맞대는 이유다. 이승룡 교수는 “협력 진료를 하면 맞춤치료를 실현할 수 있다. 환자·보호자도 논의 과정에 참여하면 치료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폐암 치료의 핵심 중 하나는 수술이다. 암을 완전히 제거하면서도 폐 기능은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러려면 수술이 좀 더 정교해야 한다. 초기 폐암환자에게 많이 시행하는 흉강경 수술은 보통 3개의 구멍을 뚫어 진행한다.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2~4㎝ 크기의 구멍 단 하나로 수술한다. 수술법에 능통한 의사여야 원활히 시행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런 만큼 환자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상처와 통증 범위가 확 줄어든다.

최근엔 흉강경 영상 유도 수술법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증강현실과 나노기술을 접목한 방식이다. 수술 도중엔 암 조직이 정확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암 주위에 염증이 있거나 초기암이라 정상 조직과 구분이 어려운 경우다. 이럴 때 나노 형광물질을 주입해 암이 도드라져 보이게 한 후 이미지를 입히면 암을 명확하게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현구 교수는 “우리가 6~7년 전부터 연구해 온 수술법이다. 불필요한 폐 절제를 하지 않고 암 조직만 제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 동참

고대 구로병원은 고난도 정밀수술에 로봇수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폐암 분야에선 다른 암보다 로봇수술 활용도가 낮았다. 수술 기구나 기술 발전이 다소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시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넓고 시야 확보가 쉬워 정밀수술에 유용하다. 후유증과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점차 적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폐암이 많이 진행돼 수술할 수 없거나 수술 후에도 암세포가 남아 있을 때는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방사선 치료에는 최첨단 암 치료기를 활용한다. 고에너지의 방사선으로 몸 안에 있는 암세포만을 추적해 제거한다.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종양에만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쐬어 주는 방법도 쓰인다.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을 때 가장 고통스러워한다. 고대 구로병원에서는 환자의 고통과 불편을 적극 수렴해 치료에 반영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과 불면, 피로감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현재 폐암 분야에선 다양한 표적치료제·면역치료제가 개발돼 치료에 활용되는 추세다. 고대 구로병원은 글로벌 신약 임상시험에도 참여하고 있다. 종양혈액내과 강은주 교수는 “국내 환자의 특성, 치료 반응, 예측 인자 발굴을 위한 국내 다(多)기관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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