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백악관에 들어가는 '퍼스트 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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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부부가 연단 위에 함께 섰다. 이날 평소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았던 트럼프의 막내 배런(10·맨 왼쪽)이 등장했다. [AP]

지난 7월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부부가 연단 위에 함께 섰다. 이날 평소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았던 트럼프의 막내 배런(10·맨 왼쪽)이 등장했다. [AP]

백악관에 54년 만에 '남자 아이'가 입성한다.

'퍼스트 선(son·아들)'의 이름은 '배런 트럼프'. 트럼프가 부인 멜라니아와의 사이에서 얻은 10살짜리 늦둥이 아들이다.

CNN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부부가 백악관에 입주하게 되면 배런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존 F 케네디 주니어)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에 둥지를 트는 남자 아이가 된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1960년 생후 3개월에 백악관에 들어간 뒤 부친이 63년 암살되는 바람에 3살 때 백악관을 떠났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 밑에 들어가 놀고 있는 사진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백악관에 따라 들어간 이들은 모두 딸들이었다.

최근 사례로는 1993년 빌 클린턴이 외동딸 첼시를, 2001년 조지 W 부시가 쌍둥이 딸 제나와 바버라를, 2009년 버락 오바마가 10살 말리아와 7살 샤샤를 데리고 백악관에 들어갔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와 제럴드 포드에게는 아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자식들이 성인이 된 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배런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후보 수락연설을 하던 자정 무렵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화제를 낳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9일 수락연설을 할 때(새벽 3시)도 연단에서 하품을 참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런은 트럼프와 종종 함께 골프를 치고 어머니의 모국어인 슬로베이나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멜라니아는 물론 트럼프가 끔찍하게 아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출마 선언 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아들이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헤어질 수 있다며 걱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멜라니아도 인터뷰에서 "배런은 아빠(트럼프)와 닮은 점이 많아 '미니 트럼프'라고 부른다"며 "외모는 반반이지만 아빠 성격을 꼭 빼닮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10일 백악관에서 환담한 멜라니아와 미셸 오바마의 주요 공통 화제도 '육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전했다. 배런과 비슷한 나이에 딸을 백악관에 데리고 들어온 미셸로부터 학교 문제를 조언받았을 것이란 것이다. 때문에 오바마의 딸 말리아가 졸업했고 샤샤가 재학 중인 메릴랜드주의 유명 사립 시드웰프렌즈에 배런을 전학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오바마와 트럼프는 같은 학교 학부모가 된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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