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화연구」지 국어교육 문제점·개선안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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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학작품이 지나치게 많은 현재의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논설문및 설명문 위주로 개편돼야한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민족주의와 보편주의가 조화를 이룬 설명문이나 논설문이 보강돼야하며, 전기에서는 유명 인사나 지배자보다 봉사와 헌신의 생애를 산 인물들을 다뤄야한다.
이같은 주강들은 제5차 교육과정 개정작업이 한창인 요즘 『정신문화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발행) 최근호가 특집으로 다룬『중·고교 국어과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에서 나타난 것.
국민대 이광호교수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중학교 1∼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의 유형이 문학작품 1백82편, 비문학작품 (논설문·연설문·설명문등) 32편으로 문학작품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교과서로는 진리 탐구정신, 효과적 표현, 과학적 사고력, 합리적 판단력등을 기른다는 교육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지적. 또 각학년에서 단계적으로 습득해야할 어휘를 확정한뒤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할 글을 새로 써야한다고 김교수는 강조했다. 교과서와 상관없이 이미 쓰여진 글들로 구성된 현재의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2학년용이 1학년용보다 4백47단어,3학년용이 2학년용보다 6백95단어가 각각 더 수록돼 있는 실정. 이것은 「보통 만6세부터 1년에 약5천단어씩 습득한다」 는 언어학적 연구결과에 비춰볼때 학년별 새 단어의 수가 너무 적다는 설명이다.
그밖에 현대시및 현대시조가 국가관 위주로 선정되고 희곡·시나리오가 반공사상 위주로만 선정된 것도 재고해야한다고 주장.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문제에서 성심여대 김봉군교수는 첫째, 민족주의와 보편주의가 조화를 이룬 설명문과 논실문이 좀더 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적 요청이 범시대적 이상을 압도하는 논설문이나 설명문은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쉽다는 것.
또 정치·경제 주도형 민족 웅비의 기상만 부각시키지 말고 인간의 존엄성, 존재와 소유,민족예술과 사상, 비교문화및 비교사상 관계의 논설문과 설명문들도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지나친 자연 서정이나 통곡과 회한으로 점철된 애국·애족 편향의 문학작품은 오히려 이념및 가치관을 내면화·영속화시키는데 장애가 되기 쉽다고 지적. 교과서에는 존재의 아픔, 개인의 구원과 만남, 평화공동체의 이상등을함축, 부각시킨 문학작품들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셋째, 개인의 정감과 전통정서를 바탕으로한 사적 수필과 자연 예찬에 그친 기행문일변도에서 벗어나 공동체 의식및 인간 존재의 비극성과 존귀성등도 체험시킬수 있는 수필과 기행문을 실을 것.
넷째, 전기는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큰뜻」 이 유명 인사나 지배자가 되는데 있다기보다「남을 섬기며 자기를 바치는데 있다」 는 봉사자의 윤리와 가치관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교과서에는 봉사와 헌신의 생애를 산 사상가·종교인·사회사업가·교육가·예술가등이 소개돼 있지 않아 참으로 훌륭하고 성공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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