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일 매일 세개씩 쓰자”…작은 고마움 일깨운 선생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4일 울산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올해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을 받은 김세영 교사(40)를 헹가래 치고 있다. 김 교사는 5년째 인성교육을 맡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지난 4일 울산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올해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을 받은 김세영 교사(40)를 헹가래 치고 있다. 김 교사는 5년째 인성교육을 맡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엄마, 고마워요. 새로 사주신 로션 덕에 피부에 윤기가 나요. 저녁 때 세탁기에 가득 든 빨래를 돌린 저에게도 감사합니다. 엄마의 일손을 덜어드려 뿌듯했습니다.”

송백규 안산 초지중 교사
가족·친구·교사와 손잡기 운동
3년 만에 폭력예방 우수학교로

김순자 울산 언양초 교장
매일 아침 인성 키우는 동요 방송
“놀며 배우자” 실내 놀이기구 갖춰

지난 6일 울산마이스터고 3학년 김용현(18)군이 쓴 ‘감사(感謝) 노트’다. 김군이 일요일 하루 동안 감사하다고 느꼈던 경험 3가지를 적었다. 하단 학부모란엔 어머니가 손으로 적은 답글이 있었다.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집안일도 해주고 고마워 아들!” 담임교사도 교사란에 “평소 씩씩한 용현이가 인자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구나. 앞으로도 사랑스러운 아들이 되자”라고 기록했다.

김군처럼 울산마이스터고의 전교생 362명은 모두 매일 하루 3건씩 감사할 거리를 찾아 노트에 적고 있다. 여기에 학부모와 교사가 짧은 답글을 달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같은 ‘감사 노트’는 2012년 김세영(40) 교사가 제안해 도입됐다. 김 교사는 지난 4년 동안 이 학교 창의인성부장을 맡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김 교사는 “감사함은 긍정적으로 사물을 봐야 생기는 감정”이라며 “처음엔 학생들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젠 매사에 감사함을 찾으며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10일 제4회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개인 부문)을 수상했다. 김 교사는 “ 취업이 중요하지만 사회 진출 전 학교가 인성교육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인성교육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발적으로 진행했던 학교의 인성 교육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덕분에 울산마이스터고는 고교 3년을 12구간으로 나눠 예술·역사·극기·인문 등 4가지 분야의 프로그램을 골고루 교육하게 됐다. ‘극기’ 분야의 사제동행 등반대회가 대표적이다. 11·12월을 제외하고 매달 한 차례씩 8시간 코스의 산에 오른다. 김 교사는 “ 대화로 서로를 알아가면서 친해지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인성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송백규 교사(左), 김순자 교장(右)

송백규 교사(左), 김순자 교장(右)

함께 대상을 수상한 경기도 안산 초지중학교의 송백규(59) 교사는 ‘인성교육의 시작은 관계’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의 제안에 따라 지난 6년간 초지중은 학기 초인 4·9월엔 교우 관계, 5·10월에는 가정, 학기 말인 6·11월에는 사제 관계를 증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다소 어색한 사이의 학생들이나 가족, 교사가 함께 낙엽으로 편지쓰기, 함께 사진 찍기 등 주어진 과제를 해결한다. 이동할 때는 손을 잡고 다니는 게 원칙이다.

송 교사는 “2011년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 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프로그램이 정착된 후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시행 3년 만에 초지중은 학교폭력 예방 우수학교에 선정됐다.

함께 대상을 받은 김순자(61) 교장이 재직 중인 울산 언양초등학교엔 매일 아침 동요가 울려퍼진다.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는 매달 바뀐다. 김 교장은 준법·존중·효도 등 인성 덕목 12가지를 골라 매달 인성 덕목을 정했다. 학생들은 매달 덕목에 맞는 동요를 부르고, 인사말도 바꾼다. 협동의 달인 11월엔 협동과 관련된 동요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를 부르고, 아이들 서로 ‘협동하겠습니다’는 인사말을 건넨다. 김 교장은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항상 다양한 덕목의 의미를 깨닫 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언양초엔 전자농구대, 두더지잡기 등 60여 가지 실내 놀이기구가 있다. 운동장엔 항상 축구공·농구공이 놓여 있다. 인성교육에 놀이와 스포츠가 효과적이라고 믿는 김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학생들의 ‘놀거리’를 늘렸다. 그는 “ 반신반의하던 부모도 친구들과 땀 흘리며 놀면서 절제력을 배우는 아이 모습에 기뻐하더라”고 전했다. 김 교장은 “ 한때는 공부가 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인성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 고 말했다.

글=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