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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사오정] 최순실과 친구들의 저녁식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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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4시반 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뒤 구치감에 호송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요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 관련자들이 수사를 받기 위해 오가는 곳이다. 버스가 들어오는 것은 누군가 도착하거나 또는 구치소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버스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고 피의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교도관은 버스 몸통 짐칸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둥근 스테인리스 통들과 푸른 색 플라스틱 통 하나가 들어 있다. 스테인리스 통에는 '출정'이라는 페인트 글씨가 새겨져 있다. '출정(出廷)'이란 법원에 나간다는 뜻이지만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거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을 말한다.

구치소 수감자의 식사는 호송버스 짐칸에 실어 운반한다.

구치소 수감자의 식사는 호송버스 짐칸에 실어 운반한다.

교도관은 사진 찍는 기자에게 별 걸 다 찍는다고 말리면서도 청사를 가리키며 “그들의 저녁 식사”라고 귀띔했다. 그들이란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차은택씨 등 다섯 명이다. 그들은 그 시각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고 검찰청사에서 저녁식사를 해야 할 상황이다.

최순실씨는 처음 검찰에 출두하던 날 곰탕을 저녁식사로 먹었다. 그가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떨어지고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구치소 밖으로 '출정'을 나와도 구치소밥이 그를 따라다닌다. 반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체포나 구속이 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치소 밥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여유있게 웃던 그가 어떤 메뉴로 저녁식사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섯개의 스테인리스 통에 구치소밥이 들어 있다. 구치소 수형자가 운반을 돕는다.

다섯개의 스테인리스 통에 구치소밥이 들어 있다. 구치소 수형자가 운반을 돕는다.

그들의 저녁식사를 담은 통은 모두 다섯 개였다. '콩밥'의 내용물이 궁금했으나 교도관이 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섯 개이니 일식삼찬과 국 또는 찌개로 짐작할 뿐이다. 푸른 플라스틱 통은 잔반을 담는 통으로 추정된다. 최순실씨는 지금도 과자가 먹고싶다고 할지도 모른다. 수사 효율을 위해 검찰 측에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삼시세끼는 구치소 밥이다. 밥통을 실어 나르는 교도관은 “여기서는 누구도 예외없이 이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사진·글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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