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려 큰차 안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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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천주교는 주교들의 승용차 거종을 중형차(스텔라·로열XQ)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말 주교회의에서 주교들 스스로가 결정, 실천에 옮긴「주교 승용차 낮추기」는 현재 서울대교구강 김수환 추기경이 로열살롱을 스텔라로 바꾸는 등 대형차들을 모두 중·소형차로 교체했다.
주교들의 「승용차 낮추기」는 성직자의 겸양을 몸소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보다 공고히 다지기 위한 위화감 해소의 한 방안이다.
주교들의 승용차가 중·소형으로 작아짐으로써 신부들의 승용차도 그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소형화됐다. 물론 본래부터 작은 차를 가지고 있던 주교나 신부들은 바꿀 필요가 없지만대형 승용차를 가졌던 성직자와 평신도 단체장들은 이 같은 주교들의 솔선수범을 따라 차를 바꾸었다.
주교들의 승용차 문제는 지난해 여름 탄광·농촌·어촌·근로현장 등을 직접 찾아 며칠씩 함께 지내고 온 주교들의「현장 체험」에서 비롯됐다. 현장 체험에서 돌아온 주교들은 「체험의 실상」에 대해 깊은 반성과 토론을 가졌고 낮은 곳을 향하는 겸손한 성직자의 자세 정립을 다짐했다.
Y대주교는 현장 체험 후 즐겨 하던 골프를 즉각 중단하기도 했다.
이같은 천주교 성직자들의「작은 차 타기」를 흔히 냉소적인 입장으로 보려는 고십풍의 비아냥도 있을지 모르지만 세속적인 물량주의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한국 종교계 풍토에 시사하는바 큰 것만은 틀림없다.
기독교의 .경우 웬만한 교단의 .총회장이나 도시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은 그라나다·로열·살롱등의 대형승용차를 탄다. 불교의 경우는 「승용차 사치」가 더욱 만연돼 총무원 간부나 본사주지면 그랜저·로열 슈퍼살롱 등의 국산 최고급 승용차를 타는 예가 허다하고 조그마한 말사 암주들까지도 대형 승용차를 갖고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당회장은 장관들도 못타는 푸조 승용차를 타다가 잡음이 일어 바꾼 예도 있다.
특수한 사명을 갖는 성직자의 인격을 단순히 승용차 한대로 평가할수는 없다.
그러나 낮은 곳을 향하는게 본질적인 성직자의 한 단면이라면 내면적인 마음의 자세 못지않게 승용차와 같은 외형적 투영에도 겸손을 보이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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