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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이색 고교 탐방] 공시·취업·진학 3박자 갖춘 한국한방고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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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고령화 시대에 ‘건강’은 중요한 이슈다. 영양제나 건강식품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생활용품에 건강 트렌드가 반영된다. 전국 유일의 한방 특성화고인 전북 진안군 한국한방고는 이 같은 시대를 준비하는 학교다. 한방 약재를 배우고, 그것을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기초를 쌓는 한국한방고(이하 한방고) 학생들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학교명

한국한방고

교육 목표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주도할 온고지신의 전문 한방인 양성

설립연도

2010년

학교 현황

각 학년 50명 (한방자원과 25명/한방보건간호과25명)

신입생 모집 지역

전국모집

입시 전형 (2017학년도)

일반전형(40명) ? 내신 100%
(면접 진행하나 점수 반영 없음. 불참시 불합격)
취업희망자 전형(10명)
- 1차: 취업희망서, 봉사활동, 출결, 내신, 면접
- 2차: 자기소개서, 면접
※ 국가유공자녀 중 교육지원대상자는 일반전형의 합격선과 관계없이 모집인원의 3% 범위 내에서 별도 선발

한방고에는 한방자원과와 한방보건간호과 두 개의 전공과정이 있다. 줄여서 자원과와 간호과로 부른다. 한방자원과에서는 농업을 기초로 약재와 재배의 구분을 배우고, 한방보건간호과는 위생과 간호를 배운다. 두 전공 모두 한방에 중점을 두고 접근한다는 점에서 일반 농업계열이나 간호계열 특성화고와 차이가 있다.

한방 특성화고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학교 안에서 약재 샘플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이 관리에 참여하는 약재 재배장이 있고, 한쪽에는 홍삼 가공 시설도 있다. 간호과 학생들은 병원과 유사하게 꾸민 실습실에서 실습수업을 듣는다. 수업에 한의사가 참여하거나, 산학겸임교사로 약재 전문가가 참여하기도 한다. 또 교내 대회로 ‘약재 감별 경진대회’, ‘약재·특산품 요리 대회’, ‘심폐소생술대회’ 등이 열린다. 올해 교내 토론대회 주제는 ‘생명연장치료 찬반 토론’이었다.

한방 요리대회에서 약재를 이용한 요리를 개발하는 학생. [사진제공=한국한방고]

한방 요리대회에서 약재를 이용한 요리를 개발하는 학생. [사진제공=한국한방고]

한방이라는 특성화분야가 특이해 먼저 눈에 띄지만, 한방고가 지역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에 취업과 진학에서 거둔 성과 때문이었다. 당시 첫 졸업생 49명 중 3명이 공무원에 합격하고 1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그 외 32명은 모두 4년제 대학으로 진학했다. 최근 졸업인 2016년에는 졸업생의 10%인 5명이 국가·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했다. 이들은 도내 자치단체와 보건소·보건복지부·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서 일하고 있다. 간호과에서는 간호조무사를 지망하는 학생들 전원 시험에 합격시켰고, 전북한의사협회와도 MOU가 되어 있어 졸업생들의 취업처를 연결해 왔다.

“다른 학교와 똑같아요, 약재 배우는 것만 빼면”

학교는 한방 특성화 과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공무원 및 공기업 대비반 운영에 힘을 쏟는다. 또 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농생명 관련 전공 또는 간호·위생 관련 전공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지원한다. 그 결과 연세대·한양대·동국대·전북대 등 소위 ‘상위권 학교’로 분류되는 대학에 꾸준히 합격자를 내고 있다.

이처럼 공무원 진출과 진학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보통의 인문계 학교와 크게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밖에서 흔히 한방고라고 하면 약재만 가득한 한약방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현실은 도서관이나 입시학원 느낌이 들 정도로 학업이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간호과 1학년 정소민 학생은 “생각했던 것보다 공부를 많이 한다. 전공 수업과 일반 교과 모두 공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일반 인문계고와 거의 비슷해요. 다른 것이 있다면 인문계에서 사회탐구나 과학탐구를 할 때 여기에선 농업과 약재를 배운다는 거죠.” (김경원, 자원과 3)

특성화고에서 교과 공부를 많이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이에 박세호 교장은 “신설학교에서 좋은 인재들이 모이는 기초를 마련하려면 학업 실력향상이 먼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한방고 이름에 어울리는 실습과 교육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학교는 한방 전공 교육의 비중을 늘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근의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 약초시험장의 협조를 받아 약초밭에서 재배 환경을 학생들이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했고, 한방 약재의 산업화 교육도 강화하고자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한방고는 외부와 많이 차단되어 있다. 인터넷은 저녁 시간 기숙사에서도 일체 사용할 수 없다. 휴대전화도 학교에 제출했다가 주말에만 받아서 사용한다. 학교 위치상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어서 주말에 집에 가려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전주시 터미널까지 나가야한다. 졸업할 때가 되면 마치 전역을 앞둔 군인들처럼 ‘학교에서 나가면 하고 싶은 일’이 주된 대화 주제가 될 정도다. 이 같은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한방고 입학생들의 첫 번째 과제다.

선생님과 만나다 - 박세호 교장

“나중에 무엇을 하든, 우리 학교에서 배운 것이 큰 자산이 될 겁니다.”

박세호 교장은 앞으로의 한방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적어도 100개 이상의 약재를 알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먹거리와 일상에서 ‘몸에 좋은 것’을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기대가 큰 만큼 박세호 교장은 학교 안에서 목표의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방고가 소위 ‘책상 공부’에 무게를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학업이 부족했던 학생들은 무기력하기 쉽다. 그들에게 학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면, 목표가 생기고 의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제껏 학업 성적에 치중했던 건 사실입니다. 이제 학교에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혔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특성화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에요. 한방 제과제빵, 특용작물 재배 등과 같이 창업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용작물 재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블루베리 묘목을 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한방고]

특용작물 재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블루베리 묘목을 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한방고]

특성화고는 취업률로 평가된다고 하지만 한방고는 당장의 취업률에 급급해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좋은 취업처에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학업을 더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공단 취업에 무게를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산업계에서도 학교에 관심을 보이지만 기반 시설이나 처우가 학생들을 보낼 수 없는 수준인 곳들이 많습니다. 그렇게는 우리 학생들을 보내고 싶지 않아요. 미래를 위해서 정관장이나 보령제약 같은 한방 관련 대기업들이 인력에 투자하고 채용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끝으로 박세호 교장은 한방고에 어울리는 학생의 성향으로 다시금 ‘목표의식’을 꺼냈다.

“농·생명 계통에서도 특별히 한방의료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오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내 인생의 목표를 세워 또래 학생들과 함께 노력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추천합니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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