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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은 왜 청와대 수석들이 차은택 도왔는지 밝혀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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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 융성’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오늘날 우리 문화예술계는 그 반대로 초토화가 됐다. 2014년 522억원이던 순수창작 지원 예산은 내년 274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내용면에서는 ‘표현의 자유 억압’ ‘검열’ 논란이 문화예술계를 뒤덮었다. 지난 10월엔 9000명에 달하는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졌다는 폭로가 나왔으며, 현직 문화부 장·차관이 청와대 근무 시절 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주장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현상의 중심에 차은택이라는 인물이 있다. 일개 CF감독이던 그가 ‘문화계 황태자’로 등극하는 동안 그의 지도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고, 외삼촌이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됐으며, 측근이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올랐다. 본인은 창조경제추진단장이자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가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지난해 119억원이 집행됐는데 문제가 불거지기 전 내년 예산으로 무려 1278억원이 책정돼 있었다. 이 모두 배후가 없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차씨 스스로 밝힌 적도 있다. 자신이 앉힌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이런 식으로 재단을 운영해도 되느냐”고 묻자 차씨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며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더란 것이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민간인인 재단 사무총장도 우려하는 기업 모금을 앞장서서 도와줬다.

 청와대 수석들이 차씨를 도운 이유는 대통령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좌우와 장르를 불문한 모든 문화예술계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잇따라 발표하고, 보수 원로들조차 분노의 목소리로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는 이유다. 검찰의 칼날도 점점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구속된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으로 통하던 이재만 전 총무,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은 물론 차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배후를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