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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차남 돈 20억 갈취…‘통합 범서방파’ 81명 소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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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최대 폭력조직 ‘통합 범서방파’가 소탕됐다. 피해자에는 전직 대통령 차남, 유명 드라마 제작진도 포함돼 있었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17명 구속
드라마 촬영장 난입 제작진 폭행도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범죄단체 활동죄) 위반 혐의로 통합 범서방파 두목과 조직원 및 추종세력 등 81명을 붙잡았다고 8일 밝혔다. 이들 중 두목 정모(57)씨 등 1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통합 범서방파는 2008년 전남·서울지역 3개 조직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1977년 김태촌(2013년 폐암 사망)이 지역명을 따 만든 서방파의 후신이다. 이권이 걸린 각종 사업장에서 위력을 과시하며 부당이득을 챙겨 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2012년 1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A건설사의 물류부지(1만9000여㎡) 유치권 문제에 개입, 공매절차를 방해해 오다 철수 조건으로 채권자 전재용(52·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씨로부터 20억원을 갈취한 혐의다. 유치권은 토지나 건물 등 물건과 관련해 만들어진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유치할 수 있는 권리로 법정담보물권이다.

당시 전씨는 A건설사 측으로부터 경기도 오산 땅 매각대금의 일부인 100억원을 받지 못해 물류부지의 우선순위 채권을 갖고 있었는데 토지 공매 절차를 진행하려 하자 A건설사 측의 청부를 받은 범서방파 조직원, 추종세력 등 40여 명이 몰려가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토지감정 평가를 온 실사단의 출입을 막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철수 대가로 20억원을 줬다.

이들은 또 2009년 9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에 난입한 후 제작진 관계자(48)를 집단 폭행해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당시 이 사건은 배우 이병헌과 강병규의 갈등으로 관심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강씨가 제작 현장에 찾아가 제작진과 몸싸움을 했고 이후 강씨를 대신해 범서방파 조직원이 제작진을 보복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조직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의 다른 조직폭력배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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