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에 세수해도 대님처럼 파란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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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귀 시린 새벽을 지고 복조리 복조리 사요
대문 밖 산처럼 끌리던 지게 그림자
문 위에 내걸린 조리 속 지폐돠 성냥들이….
설친 잠도 설빔 탓에 첫닭 울면 눈이 떠져
찬물에 세수해도 대님처럼 파란 마음
색동옷 마을 안팎에 새기운은 감돌았다.
이마에 두손 얹고 엉덩이 치켜 올리고
손자의 절을 받는 증조 고조 할아버지
차례상 운감하시나 창호지엔 밝은 어룽
호사한 아이들은 깨금발로 나풀대며
나비떼 엉기어 날듯 종가 산을 넘어가고
세배 뒤 덕담은 귓결 세배돈만 만져졌다.
치솟는 윷가락에 울을 넘는 박장대소
한마당 멍석깔이 윷과 모엔 신바람이……
널 뛰는 이웃 담장엔 방아 찧던 꽃댕기여.
※운감=제사때 차려 놓은 음식을 귀신이 맛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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