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잔학행위 드러나면 손배소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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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에서 시민을 고문으로부터 보호하는 원천적 장치는 피의자의 「묵비권」을 개인의 기본권리로 명시하고 있는 수정헌법 제5조다.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는 이 헌법조문은 1966년의 「미란다 대 애리조나」란 대법원판례로 확정되고 구체화됐다.
이 판결은 경찰이 피의자를 잡는 순간부터 피의자가 침묵을 지킬 권리와 변호사입회를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하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얻어낸 자백은 증거로 채택될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래로 미국의 모든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순간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로 시작되는 속칭 「미란다권리」를 구두로 읽어주고 경찰서에 도착해서는 서면으로 된 같은 내용의 권리조항을 읽어주고 항목마다 서명케한다.
이 판례에 따라 변호사가 없는데서 받은 자백은 증거로 채택이 되지않기 때문에 신문이 시작될때는 반드시 변호사를 입회시킨다. 또 취조실은 대개 밖에서만 안을 들여다 볼수 있게된 투시거울을 장치해놓아 취조관외의 경찰관이 취조광경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고 있다.
피의자가 체포된후 맨먼저 겪는 과정은 보석금 책정이다. 치안판사가 보석대상이 안된다고 판정하거나 피의자가 보석금을 낼 능력이 없을 경우는 체포된 순간부터 48시간내에 경찰은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해야된다. 경찰이 무한정 피의자를 잡고 조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내규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경찰서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상진씨에 따르면 고문으로 자백을 얻더라도 법정에서 채택이 되지 않고, 또 상처가 나면 엄청난 손배배상 소송을 받기 때문에 고문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경찰서에서는 가끔 미숙한 경찰관이 흥분상태에서 피의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일은 가끔 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은 민권위반사건이기 때문에 연방수사국(FBI)이 개입, 조사한다. 문제가 확대되면 민간인으로 구성된 경찰심사위원회가 경찰의 잔학행위를 조사하기도 한다.
미국 경찰의 고문은 이와같은 방지장치뿐 아니라 판·검사를 민선으로 뽑고 경찰이 지방자치정부의 산하에서 운영되는데서 오는 시민에 대한 연대감에서 방지되고 있는것 같다.
경찰의 뿌리가 바로 그 지역사회에 뻗어있어 진정한 의미의 민주경찰로 활동하게 될때 고문은 존재할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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