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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배지영 기자의 우리아이 건강다이어리] 눈치 없는 아이 왕따당하기 쉬워…공감 능력 기르는 ‘역할놀이’ 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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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Q 최근 ‘왕따(집단 따돌림)’ 때문에 자살했다는 아이들 소식을 들으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요즘은 유치원생 사이에서도 따돌림 당하는 아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가 따돌림당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길러야 할까요?

A 따돌림은 사회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36개월부터 생길 수 있습니다. 혼자서만 놀던 아이들이 그때부터 같이 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왕따를 당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눈치가 없는 경우입니다. 이런 아이는 선천적으로 남의 감정에 공감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럿이 같이 놀 때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게 되고, 다른 아이들의 기분을 쉽게 상하게 합니다. 이런 일이 잦다 보면 무리에서 그 아이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천적인 성격상 그렇지 않은데, 부모에 의해 눈치 없는 아이로 키워진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 하고 길렀을 때입니다. 공감 능력을 갖고 있던 아이도 점점 자기 감정 위주로 생각하게 되고, 고집대로만 행동하는 방식에 익숙해집니다. 이런 아이들도 학교생활을 할 때 왕따를 당하기 쉽습니다.

둘째는 타고난 성격이 공격적인 경우입니다. 분노 조절이 안 될 경우 친구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되는 ‘은따(은근히 따돌림)’가 되기 쉽습니다.

셋째는 기질적으로 소심한 경우입니다.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이 너무 뛰어나거나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 나서기 싫어하고 남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흔히 말하는 ‘기 센’ 아이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자녀가 이런 유형 중 하나라면 맞춤형 훈육을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훈육해야 왕따당할 위험이 줄어듭니다. 훈육은 유형별로 달리합니다. 우선 눈치가 없는 아이에게는 동화책 읽어주기와 역할놀이가 가장 좋습니다.

동화책 중에는 등장인물들이 어떤 감정인지 이해하도록 만들어진 시리즈물이 많습니다. 예컨대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등장해 친구들을 하나씩 괴롭히는 스토리입니다. 물건을 부수기도 하고, 뺏어가기도 하고, 넘어뜨리기도 하는 과정에서 친구들이 어떤 감정인지 보여주는 동화를 읽으면서 아이는 자연스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 동화책을 매일 몇 권씩 읽어주다 보면 공감 능력이 향상됩니다. 역할놀이도 좋습니다. 엄마는 괴롭히는 사람, 아이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정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여러 상황을 설정해 보면 좋습니다. 이렇게 당하는 입장에서 역할을 연기하다 보면 아이는 타인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공격적인 아이라면 참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부모가 시범을 보이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 ‘숨을 5초 동안 들이마시고 10초 동안 내쉬기’ 또는 ‘두 주먹을 꼭 쥐고 10초간 생각하기’ 등의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면 아이도 분노 조절 능력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소심한 아이에게도 역할놀이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엄마는 괴롭히는 역할, 아이는 당하는 역할을 맡은 다음 화가 날 때 대처하는 방법을 아이에게 일러줍니다. ‘친구 눈을 똑바로 보고’ ‘똑똑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안돼’ ‘이건 내 것이야’라는 말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수없이 연습시킵니다. 모두 소아정신과에서 가르쳐 주는 방법들입니다. 또 소심한 아이에게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주 맡겨야 합니다. 심부름도 자주 시키고, 아이가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많이 해주십시오. 특히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둔 칭찬을 해야 합니다.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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