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노력 최후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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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헌을 둘러싼 노선문제로 빚어진 신민당의 심각한 내부갈등은 15일 이민우총재와 김영삼고문간의 회동에서 「이민우구상」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선에서 일단 매듭을 지었다.
이로써 개헌정국은 이민우구상이 발표된 12월24일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갔으며 따라서 내주쯤으로 예상되던 3당대표회담의 개최여부도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이민우총재가 온양으로 잠적했던 때의 기세를 생각하면 어리둥절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이민우구상」이 3주간의 해프닝으로 끝난 것은 「어쩔수 없는 결말」이라는 느낌도 든다.
비록 이씨가 신민당의 총재라고는 해도 야당을 실질적으로 통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게 이번 사태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의 구상에 대한 여쪽의 「화답」과 함께 국민간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구상을 토대로 해서 당논을 굳히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야당의 노선이 「투쟁」쪽으로 경성화한 이상 집권당쪽의 대응이 어떠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통치권자의 「중대결단」이 내려지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도록 하면서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차질없이 이행하려면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합법개헌」을 추진하지 않을수 없다는 한 당직자의 말에서 우리는 집권당의 개헌정국 운영방향을 읽을수 있다.
「최선」이 안되면 「차선」의 방법을 선택할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수긍은 간다. 그러나 집권당이 과연 최선을 다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런 의문은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설혹 합법개헌이 불가피한 선택이라 해도 그로 인한 후유증과 부작용이 엄청나리라는 점은 누구보다 민정당 스스로가 더 잘 알고있을 것이다. 그런 후유증이 집권당쪽의 부담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합법개헌의 추진에 앞서 집권당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는 자명해진다.
그것은 이총재가 제시한 민주화조치를 실천에 옮기는 일과 최후까지 야당과의 대화노력을 하는 일로 요약된다.
신민당파동의 결말은 여쪽으로서는 협상대상이 누구여야 하는가를 분명히 보여 주었다는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민우구상의 백지화는 야당의 실세가 결국은 두 김씨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화는 이들이 상대가 되어야 실질적인 진전을 이룩할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이총재가 제시한 민주화 7개항만해도 야당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이나라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같은 조건은 권력구조가 내각제가 되건, 대통령제가 되건 집권당주도로 풀어야할 문제들인 것이다.
그런 과제들을 외면하거나 등한시하고 국회안에서 개헌안을 관철한다고 해도 정통성 시비나 만성적인 정치뷸안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은 그동안 입이 아프도록 지적해온 바다.
여야가 각기 제갈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대화를 촉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화와 타협 말고는 달리 난국을 풀어갈 방법은 있을수 없다.
여당이 최후까지 대화노력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에 우리는 한가닥 기대를 건다. 야당이 비록 직선제 투쟁강화로 노선을 정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원칙에 대한 선언이긴 해도 협상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강경방침이 때로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현시국에 대해 절망은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원칙논에만 집착한 모험주의에는 불안을 느끼게 마련이다. 어느쪽이든 타협의 포기는 자신의 입장을 궁지에 몰아 넣는 함정임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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