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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작도·모란도·화훼도…“토속적인 민화 매력에 푹 빠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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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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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한국민화뮤지엄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민화의 의미와 유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한국민화뮤지엄]

3일 오후 전북 전주 한옥마을 내 ‘여명카메라박물관’. 관람객들이 호작도(虎鵲圖)와 모란도(牡丹圖) 같은 민화(民畵) 57점을 감상하고 있었다. 전주시 아중리에 사는 30~50대 주부 18명이 그린 민화들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다.

지난해 강진에 민화뮤지엄 개관하며
호남서 민중의 삶 그린 민화 인기
전주 주부 18명 작품 전시회 열기도
경연대회, 민화대전도 참가 러시

‘엄마들이 들려주는 민화전’이란 제목의 전시는 아중리 주부들이 최근 7개월간 작업한 민화들로 꾸며졌다. 전시회는 4일 막을 내린 뒤 5일 하룻동안 아중리 현대아파트 분수공원에서 2차 전시가 열린다. 주부 김석영(45·여)씨는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그림을 부채나 가방 같은 소품에 표현할 수 있는 게 민화의 큰 매력”이라며 “민화의 기본인 색을 채워가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말했다.

옛 민중들의 삶과 해학을 담은 민화가 현대인들 사이에서 뜨고 있다. 서민의 염원을 표현한 토속적인 작품에 빠져드는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민초들의 생각을 소박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한 민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나 동호회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 부는 민화의 바람은 전남 강진에서 시작됐다. 한국민화뮤지엄이 지난해 5월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청자박물관 옆에 문을 열면서부터다. 이곳에서는 개관 후 1년 6개월간 유료 관람객 7만3000여 명이 민화의 매력을 체험했다. 최근에는 9월과 10월 두 달 동안에만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 유학생과 관광객만 2000여 명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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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위용을 강조하기 위해 용맹한 호랑이를 그려넣은 군호도(群虎圖). [사진 한국민화뮤지엄]

민화뮤지엄은 전주의 ‘엄마들이 들려주는 민화전’에 출품된 작품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아중리 주부들은 지난 4월부터 한재섭(56·여) 카메라박물관장에게 민화 수업을 받던 중 뮤지엄을 방문했다. 민화작가인 한 관장은 “지난 6월 다양한 민화 작품의 세계를 체험한 후 민화에 대한 흥미가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 호남 지역 민화를 재현하기 위해 출범한 ‘호남민화사랑회’ 역시 민화뮤지엄이 촉매제가 됐다. 민화뮤지엄 명예관장인 문미숙 회장을 중심으로 지역 내 민화작가들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호남민화 발굴과 전시회를 하고 있다.

63억원이 투입된 민화뮤지엄은 민화와 관련한 모든 것을 망라해 놓았다. 뮤지엄에 소장된 총 4500여 점의 민화 중 매회 250점가량을 순환 전시한다. 전시관 1층에는 6개의 주제로 꾸며진 상설전시장과 수장고·체험장 등을 갖췄다. 상설전시장에는 민화속 호랑이(호작도)와 꽃(화훼도)·물고기(어해도) 등이 전시된다. 서포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자수로 표현한 8폭 병풍도 있다.

2층 기획전시장에서는 ‘별을 품은 민화특별기획전’을 주제로 한 전시 등이 열린다.

강진에서 매년 열리는 민화작품 경연대회도 민화가 가진 매력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강진군은 지난해 10월 29일 ‘제1회 대한민국 민화대전’을 연 이후 올해 5월에는 제2회 민화대전을 치렀다. 남도답사 1번지인 강진의 문화예술성과 한국민화뮤지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전국 규모의 행사다.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뉘어 열리는 경연에는 2년 동안 총 2382점의 민화작품이 출품됐다.

최경호·김준희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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