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당의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민당이 겪고있는 이번 소용돌이를 보는 민정당의 시각이 단순한 「관심」 이상의 것임은 물론이다.
민정당은 외견상 정관의 자세를 견지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나 내면적으로는 몇가지 바람직스러운 국면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기꺼워하는 한편 동시에 이 국면을 「어떻게하면 잘 이끌어갈수 있겠느냐」의 부담을 느끼고있는 것이다.
민정당은 우선 이번 사태로 대통령직선제만이 민주화라는 야당의등식이 무너졌다고 보고 이점에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그같은 등식에 어긋나는 발언은 용납이 안됐던 신민당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총재가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논리로 「물꼬」를 터준 것은 의미심장한 사건』이라고 평가 했다.
민정당은 또 「이민우구상」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있다는 토대위에서 그 구상을 뒤흔드는 두김씨는 「여론을 무시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는 점도 수확이라고 보고있다.
이에따라 민정당은 이번 사건을계기로 신민당내에 협상론이 자리를 확고히 잡았으면 하는 기대를갖고있으나 그렇게 되면 민정당도 큰짐을 질수밖에 없으리라는 점도계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수습되면 여론의 시선은 즉시 민정당이 민주화 7개항에 대해 어떤 자세로 나오느냐에 집증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민정당이 이총재의 고군분투를 평가하는 그만큼 상응하는 양보를 함으로써 신민당내의 협상론에 설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것이다.
즉 이총재에게 「화답」은 보내야겠는데 「노골적이다」하는 인상을 주어서도 안되고, 또 그내용이 국민들 보기에 「그만하면 됐다」는 평을받을수 있어야 하기때문이다.
특히 이총재가 여권의 결단을 촉구하는 사항인 구속자석방및 사면·복권, 언기법폐지등에 대해 그 속성상 일도양단식으로 결정을 내릴수없어 고민은 가중된다고 볼수있다.
따라서 민정당은 일단 오는 13일의 대표회담에서 노태우대표위원이 이총재의 7개항에 대해 『이같은 사항들이 실현될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원칙론적인 수용의 뜻을 밝힌후 실무차원의 절충을 계속 하든지, 아니면 협상기구를 구성하자는등의 제의를 할것으로 보인다.
그런다음 이총재의 반응, 특히 두김씨에 대한 이총재의 역량발휘 정도를 예의 평가한후 이달말께 몇가지 구체적인 「민주화」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정당이 합의개헌을 의해 언제까지 기다릴것이냐에 대해선 아직 정설이 없으나 국민투표가 끝나는시점을 3월이내로 잡고 있다는것이 여전히 다수설이다.
따라서 민정당은 당대당의 합의는 아니더라도 「완벽에 가까운 합의개헌」의 성취를 목표로 하고 있기때문에 이번 사태를 신민당내 협상파들이 「떳떳하게」 소신을 밝힐수있는 분위기조성의 좋은 계기로 작용하도록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이민우구상」과 이에따른 신민당의 내홍은 민정당측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정치적이익」을 주었음은 분명하고, 앞으로의 정국풍향은 민정당이 이런 호재를 어떻게 다뤄나가느냐에 크게 달려있다는게 지배적 관측이다. <안희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