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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땐 코스피 30위권 진입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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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시작했다. 전체 지분의 25%인 1654만 주(공모가 총액 2조2496억원)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내놓았다. 2010년 삼성생명 상장(4조9000억원) 때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이중 20%인 331만 주를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했다. 공모가는 13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예정대로 10일 상장하면 시가총액은 약 9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30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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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한국투자증권

공모 첫날 반응은 차분했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일 청약 경쟁률은 4.1대 1을 기록했다. 통상 공모주 청약 수요가 마지막 날 몰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낮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와 한미약품 기술계약 해지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42%, 3.24% 급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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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한국투자증권

관심사는 상장 이후 주가의 향방이다. 성장성에 관해선 크게 이견이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사업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이다. 2011년 설립해 지금은 BMS 등 글로벌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주로 생산한다. 삼성이 이 회사를 설립한 건 반도체 이후 먹거리로 바이오를 꼽으면서다. 시장 전망도 밝다. 향후 10년간 합성(화학)의약품 성장률 전망이 2.6%인데 비해 바이오의약품 성장률은 9.1%에 달할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해 현재 4700만 명인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2050년엔 1억3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바이오의약품 수요는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 관한 세계 최고 역량을 가진 삼성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바이오”라고 평가한다.

오늘까지 공모주 청약
13만6000원, 첫날 경쟁률 4.1대1
10일 첫 거래…시가총액 9조 예상
한미 사태에도 바이오 성장성 여전
“공모가격 지나치게 높다” 지적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1%를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내년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경쟁에서는 빠른 출시와 시장선점 효과가 중요한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후발주자임에도 세계 최초로 엔브렐(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복제약을 유럽에 출시했다”며 “휴미라·허셉틴 등 다른 복제약 개발 도 선두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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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한국투자증권

‘삼성’이란 든든한 울타리에 속했다는 점도 몸값을 높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차례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꼽았다. 실제로도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 만에 글로벌 3위권 생산업체로 덩치를 키웠다. 2018년 제3공장(18만ℓ)이 완공되면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 중 생산능력 1위가 된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공모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를 책정하면서 통상적으로 쓰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닌 ‘기업가치 대비 생산능력(EV/Capacity)’과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이라는 생소한 방법을 활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년 동안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엔 2036억원의 영업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했고, 올해도 흑자는 어렵다. 당장의 실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우니 생산능력이 극대화되는 미래를 가정해 가격을 산출했다.

높은 공모가에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도 상장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청약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주식을 3개월 이상 보유하겠다’고 약속한 건 전체 물량의 7.4%에 불과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상장 때는 이 비율이 각각 26.6%, 30.1%였다. 기관들이 중장기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강했다면 의무보유 기간을 길게 잡았겠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력 제품의 상당수는 2020년 이후에 출시되는데 그 사이 꽃길만 걸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미국의 규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biomedicine)

생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 화학의약품에 비해 고유의 독성이 낮고, 난치성이나 만성질환 치료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과정에서 작용하는 항체를 이용한 항체의약품,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을 포함한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해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박태희·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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