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탕끝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다"|구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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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운이 좋았다. 수백 편의 응모작 가운데 하필이면 나의 것이었을까.
그 많은 작품들 틈바구니에 끼여서 어렵게 어렵게 골라지는 과정을 상상해 본다. 아찔하다.
연어가 폭포를 타고 오르는 광경을 목도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벼랑 끝에 선 기분, 그러나 왠지 혼자의 힘으로만 오른 것 같지는 않아서 더욱 위태롭고 조마로운 마음.
앞으로 십여년, 아니 어쩌면 영원히, 난 이것이 운이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늘,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을 지니고 살 수있길 바란다. 눈, 비, 바람 속에서도 예리한 촉수를 버린 채, 뿌리를 내리더라도 그 끝에서 내리고 싶다.
당선이란 어떤 면에선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없는 건지도 모른다. 있다면, 이전에는 두 시간걸려 선택되어졌던 말들이 이후로는 세 시간이 걸리리라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글을 쓰는데 아직은 미숙하고 철부지인 저를 성인의 관문을 지나게 하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애정에 감사드린다. 일기 고르지 못한 세상에 나가서 꿋꿋한 모습으로 서 보임으로써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 부모님과 가족, 나를 아는 모든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원고정리로 고생한 영란에게 고맙다는 늦은 인사 보낸다.

<약력>
▲57년 경기 강화 출생 ▲77년 배재 고등학교 졸업 ▲85년 목원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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