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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저」도 구별못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C교수가 거들었다. C교수의 전공은 농학.
『가령 중학교 농업교과서의 「못자리」 라는 항목에는 「괴물이 발생하면 물꼬를 낮추고 물을 뺀뒤, 1백8㏄ 보르드액을 3·3평방m에 대하여 0·5ℓ쫌 뿌린다음, 1시간쯤 지나서 물을 뺀다. 또 모가 떠오를 징조가 보일때면 3·3평방m에 대하여 3·6ℓ정도의 왕모래를 뿌려준다. 그리고 물이끼도 끼지않도록 해야한다」고 씌어있어요. K선생, L선생, 알아듣겠어요.』
C교수는 계속했다. 바둑판이 중단됐다.
『서울대농대 1종 도서개발위원회편 85년 판의 이 교과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어요. 「보리는 어떻게 타작하는지 알아보자」 「콤뿌리에 붙은 뿌리혹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자」 이게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때문에 쓴 교과서예요.』
『비단 그것만이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행 초·중·고교 교과서는 현실성이 없거나 낡은 이론으로 구성된 지식들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1장에 1천5백원짜리의 싸구려 원고와 삽화는 습작품이나 가져다 써야할 예산으로 그것도 2∼3개월만에 만들어 내야하니 어쩌겠습니까.』
××
요령부득의 교과서에 신바람나지않는 여건속의 교사들.
창의적인 사고나 다양한 발전은 용납되지않는 교실. 해마다 한차례씩 북새통을 이루는 입시창구. 거기다 적성이나 장래진로는 외면당하는 상급학교진학.
우리의 2세자녀들이 겪고있는 교육현장.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사회와 발맞춰 미래 국가사회의 주역들이 자라나는 교육현장은 이보다는 훨씬 나아져야겠다.
학교는 지금-.
학교현장과 가정에서 독자와 함께 자녀들의 교육을 생각하는 연중시리즈를 시작한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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