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독재자 아버지 답습한 박 대통령…대가 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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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 아버지를 답습했다.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한국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자 사설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다루면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대를 이은 정경유착을 비판했다.

친기업ㆍ친공화당 성향인 WSJ은 해당 사설의 제목을 ‘한국판 클린턴 스캔들’이라고 붙였다.

현재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국가 기밀 문건을 외부로 유출시켰다는 논란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사설은 ‘최순실 게이트’를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에 빗대며 “이것은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지율이 14%로 추락한 박 대통령에게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비꼬았다.

이 신문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문제를 지적하면서 “영세교를 이끄는 대통령의 40년 심복이자 절친한 친구인 최순실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고 했다.

WSJ은 한국 국민이 느끼는 분노의 원인을 재벌 개혁 실패에 있다고도 했다. 이 신문은 “2012년 대선 당시 경제 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이후 재벌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재벌 총수 사면을 비판했으면서도 SK그룹 회장을 사면했다”며 “금융 규제 당국도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삼성 창업주의 손자인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시켜주는 기업 합병을 승인했다”고 했다.

이어 “1960~70년대 고도성장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에 힘입어 박 대통령이 뽑혔지만 그는 아버지 통치의 어두운 측면(정경유착)을 청산하는 데 실패했다”며 “한국은 대를 대은 윤리적 실책에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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