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계이목 끈 신상옥·최은희씨 북한탈출|미서「억류8년」수기 집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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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워싱턴=장두성특파원】홍콩에서 북괴에 납치된지 8년만에 오스트리아의 빈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신상옥·최은희부부.
탈출후 미국정보기관의 주선으로 조지아주의 한척한 도시에 집을 마련한 신씨부부는 최근 워싱턴근교의 한 아파트에 임시거처를 마련해놓고 홍콩서의 납치로부터 시작된 8년동안의 억류생활을 그린 수기를 집필하고 있다.
신씨 부부는 자신들이 탈출(3월13일) 1주년을 기해 귀국하겠다며 그때 수기가 출판될수 있도록 집필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신씨부부는 빈을 탈출할 때 2백30만달러의 자금을 자기들 구좌로 옮겨놓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씨는 자기가 그 돈을 한푼도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미국기관의 재정지원으로 정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씨부부는 탈출후 3차례공식석상에 나타났었다. 첫번은 뉴욕 타임즈및 워싱턴포스트지기자와 볼티모시의 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려와 두번째는 워싱턴 포스트지의「오버도퍼」기자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기자회견, 세번째는 한국기자들을 포함한 내·외신기자들과 워싱턴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였다.
신씨는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한국에서 하고 있는 반공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고 김일성이 사망하면 북한에서는 정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주목을 끌었다.
미국무성관리들은 건·최부부의 증언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있던 정보의 질을 높였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밖에서는 거의 앝려져 있지않던 금정일의 개인적 특성에 관한 정보가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던것 같다.
김정일이 외국여행은 거의하지 않으면서 외국영화를 보고 외국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환상에 사로잡힌 인물이라는 사실도 신씨가 처음 전한 새로운 정보.
김정일이 남한에 있는 모든것을 자기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북한이 겪고있는 기술면에서의 어려움도 통일만 되면 저절로 해결 될수있다고 믿고 있더라고 신씨는 전했다.
신씨는 지금까지 기자회견에서 털어놓은 사실들은 자신들이 북한에서 경험했던 파란만장한 생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볼티모 호텔에 처음 나타났던 지난 5월14일 신씨부부는 미국인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호를 받았었다. 북한권력층 내부를 알고 있는 이들이 서방세계에서 이를 폭로 할 경우 생명의 위협이 올것이라고 신씨는 주장했었다.
그러나 다음날 한국특파원들과 만날때는 경호원이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 이들은 워싱턴의 한국 음식점에도 나타나는등 자유로운 행동을 하고 있으나 신씨는 지금도 필요할때 미국정부에 요청하면 언제나 경호원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이민국으로부터 영주권을 받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씨(66)와 최씨(60)는 다같이 열살이상 젊어 보이는 건강한 모습이며 귀국하게 되면 북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영화제작을 다시 해볼 의욕까지 보이고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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