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열려던 전국체전 승마 경기를 인천에서 한 것은…최순실 입김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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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제주에서 치러진 제95회 전국체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회를 열흘 앞두고 승마대회 장소가 개최지인 제주가 아닌 인천으로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 최씨 측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대회가 치러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제주 체전 한달 전인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곳이었다.

3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전국체전 승마대회는 2014년 10월 29~30일 개최지인 제주도의 제주대 승마경기장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2012년 12월부터 60억원을 투입해 승마 전용 경기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대한승마협회는 2014년 10월 18일 돌연 홈페이지에 "전국체전 승마경기를 인천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에서 치르기로 했다"고 올렸다.제주도와 제주도승마협회가 "협의도 없이 승마경기를 내륙에서 연다"며 반발했다.

당시 사이클·사격·조정·핀수영 등은 전남 나주와 충북 충주 등지에서 치르긴 했지만 이들 종목은 경기장이 없어서 제주가 아닌 타지에서 치렀다. 하지만 대한승마협회는 "제주 경기장 바닥재질과 배수 시설 등에 문제가 있다"며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을 고집했다. 대회는 결국 인천에서 열렸다.

인천지역 정가에서는 갑작스런 대회장 변경의 배경에 최씨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대학 승마 특례입학을 준비하던 정씨가 아시안게임에 이어 전국체전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익숙한 인천 승마장으로 경기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씨는 전국체전에 서울 대표로 마장마술 경기에 나섰지만 26명 중 6위에 그쳐 메달을 따진 못했다.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 정황도 나왔다. 당시 제주도는 대회 8일 전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을 관리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경기장 사용을 거절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승마협회 측에 '제주도와 협의한 뒤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공사 관계자는 "전국체전을 주관하는 대한체육회 등에서 '사용을 승인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을 해 결국 (경기장 변경을)허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승마협회는 반발하는 제주도 측에 "체전에 참가하는 선수 78명이 경기장 시설 미흡과 말 운반 등의 문제로 안전 등을 고려해 경기장을 변경하는 서면서를 제출했다"며 변경 주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60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짓고도 실제 경기를 인천에 뺏긴 제주도는 지난해 대한승마협회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5억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1억8444만원을 제주도에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승마협회는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라 경기 시설을 갖춘 인천 드림파크 경기장을 선택한 것이지 특정인을 위한 압력 등은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인천·제주=최모란·최충일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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