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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직구 다이어트 식품, 한국서 사용 금지된 성분 요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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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땐 한국에서 금지된 위해물질이 들어있는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인지 잘 살펴보는 게 좋다. 프리랜서 장석준

해외 직접 구매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관세청 해외 직구 품목별 통관 현황에 따르면 건기식의 수입 비중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매년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28%(2016년 기준)로 다른 품목군 대비 가장 높았다. 수입 대상국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유럽·일본·중국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늘고 있어 구매 전 꼼꼼히 따져보고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 건강기능식품 문제

외국 제품은 리콜 여부 알 수 없어
건기식 해외 직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유해 성분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는 “나라마다 해당 국가에서 문제가 되는 건기식 원료를 리스트화해 따로 관리한다. 문제가 많이 발생한 성분을 빼고 제조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제조된 제품엔 그런 게 들어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리콜 여부도 즉시 알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리콜 조치를 해 위해성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하지만 리콜 여부가 외국으로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국내 소비자는 뉴스를 통해 듣거나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식약처가 직구를 통해 많이 구입하는 건기식 109개 품목을 검사한 결과 20개 제품에서 부작용 위험이 큰 성분이 발견됐다. 다이어트 식품에는 요힘빈, 카스카라 사그라다, 센노사이드, 시부트라민이 검출됐다. 요힘빈은 고혈압·심방세동·환각 등의 부작용을, 카스카라 사그라다는 궤양 발생을, 센노사이드는 장 무력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시부트라민은 고혈압·뇌졸중·수면장애·변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우리나라에선 2010년에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성기능 강화 제품에선 이카린(어지럼증·구토 등의 부작용) 성분이 검출됐다. 근육 강화 제품에서도 요힘빈·이카린이 발견됐다.

부원료도 한국인에게는 잘 맞지 않는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단국대 환경자원경제과 양성범(식품공학·경제학 전공) 교수는 “건기식 캡슐 하나를 만들 때에도 주재료 외에 제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부재료가 여럿 들어간다. 이들 부재료도 한국인에게 잘 맞는 재료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캡슐은 보통 소·돼지 콜라겐으로 만든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중에선 소 콜라겐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례가 종종 보고돼 주로 돼지 콜라겐을 가지고 만든다. 하지만 외국 제품은 소로 만든 경우도 적지 않다.

기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넣는 부재료에서도 차이가 난다. 나라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기능성 약재가 있다. 서양의 엘더플라워, 우리나라의 감초·대추 등이 대표적이다. 인종마다 잘 듣는 약재가 따로 있는 만큼 그런 재료를 부재료로 쓴 제품을 먹는 게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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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식습관 차이 … 필요 영양 성분도 달라
제품의 영양 성분 구성도 다를 수 있다. 권 박사는 “서양에선 고기·밀이 주식이고 우리는 쌀밥과 나물 반찬을 많이 먹는다. 육류와 밀가루 음식 섭취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서양과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과 서양인 간에 필요한 영양 성분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밀·고기 위주 식단에서는 비타민B군이 부족하기 쉽다. 쌀에는 비타민B군이 풍부해 한국인 중엔 이 성분이 부족한 사람이 드물다. 또 한국인은 김·미역 같은 해조류를 많이 먹어 요오드 성분이 부족하지 않다. 서양인은 반대다. 따라서 비타민 B군이나 요오드 등의 성분이 다량 포함된 서양의 건강기능식품은 한국인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속 유익균을 채우기 위해 먹는 건기식이다. 보통 이것을 제조할 때 해당 나라 사람의 대변을 분석해 어떤 유익균이 부족한지 파악한다. 좋은 균은 추출해 제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서양인의 분변과 한국인의 분변의 균주 구성 성분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 기업에서 연구해 만든 프로바이오틱스는 한국인이 부족한 균 위주로 구성돼 있어 복용 시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정식 수입업체는 유통 과정에서 제품의 온도 변화가 크지 않도록 똑바로 세워 운송하거나 포장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직구의 경우엔 해외 배송을 염두에 두지 않은 포장 상태이므로 유통 과정에서 미세한 성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건기식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 박사는 “직구를 무조건 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국내 건기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은 출시 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제 때문에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제품이 발빠르게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이미 출시된 바 있는 성분(효능·안전성이 이미 입증된 성분)에 대해선 서류 심사를 생략하고 제품 출시 때 신고만 하면 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성분 표기(효능 설명 문구)도 외국만큼 다양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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