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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병우·안종범과 문고리 3인방 당장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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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 안종범 정책조정, 김재원 정무, 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재만 총무, 정호성 부속, 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수리했다. 이들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막기는커녕 그에 영합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번 경질은 민심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부랴부랴 이뤄진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인적 쇄신은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박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환골탈태의 단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우·안 수석과 ‘3인방’이 즉각 검찰 수사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 우 수석은 대통령 측근 관리 실패 하나만으로도 1순위 수사 대상인 데다 인사 검증 실패 등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다. 청와대를 나간 뒤에도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최씨와 교신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우 수석의 수사는 불가피하다. 안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깊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길목으로 지목된 정 비서관을 비롯한 3인방 역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 여부를 가려야 할 대상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들의 경질에 그치고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수사에도 전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아니 “나를 가장 먼저, 가장 혹독하게 수사하라”고 검찰에 요구해야 한다. 최씨 사태의 본질은 ‘박 대통령의 국기문란 의혹’이다. 대통령이 민간인 최씨에게 국가기밀을 유출하고, 최씨가 대통령을 팔아 국정을 주무르게끔 방조했는지 가려내는 게 핵심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최씨의 국정 개입 사실을 시인하지 않았는가. 다시 말해 이번 사태의 최고 핵심 수사 대상은 박 대통령 본인인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29, 30일 이틀에 걸쳐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국가기밀’을 이유로 불허한 것이다. 하지만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과 인사·외교정보 등 을 수두룩하게 유출한 청와대가 ‘국가기밀’을 핑계로 수색을 거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색하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진상 규명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비밀취급 인가를 통해 압수수색을 전면허용하고, 본인도 검찰의 대면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 해결책은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본인과 최씨 관계를 소상히 설명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90초 사과’ 이후 지지율이 더 떨어진 건 사과문이 오히려 의혹과 배신감만 키웠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사전각본 없는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실상을 고백하는 것이 사태를 수습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