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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 등산로에서 울릉경비대장 8일만에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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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울릉도의 해안 경비를 담당하는 조영찬(50·경정) 울릉경비대장이 실종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조 대장은 30일 오후 4시57분쯤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안평전 등산로에서 경찰·소방대원으로 이뤄진 수색팀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분석이 나와봐야 하지만 타살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 대장은 지난 22일 오후 1시30분쯤 외근 형사들이 입는 갈색 상의에 면바지 차림으로 울릉도 성인봉으로 등산을 간다고 울릉경비대를 나선 뒤 그동안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지난 24일 조 대장이 출근하지 않자 본격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부터 했다. 그는 2대의 휴대전화(업무용· 개인용)를 가진 채 22일 울릉경비대를 나섰다. 이날 오후 2시30분 조 대장은 업무용 휴대전화로 울릉경비대 소대장의 휴가복귀 신고를 받았다. 그러곤 개인용 휴대전화로 오후 6시22분 대구에서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아 통화했다.

조 대장의 친구는 경찰 조사에서 "일상적인 안부 전화였다. 당시 (조 대장의) 목소리가 숨이 차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시끄러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강영우 울릉경찰서 서장은 "울릉도 근무 중에도 그는 직원들과 다투는 등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조 대장의 업무용 전화는 22일 오후 10시16분쯤 성인봉 인근에서 꺼졌다. 개인용 전화도 같은 장소에서 다음 날인 23일 오후 7시35분쯤 꺼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조 대장의 가족은 경찰에 "22일 오후 7시30분쯤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더라"고 진술했다. 경찰대학 5기 출신인 조 대장은 지난 12일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근무하다가 자원해 울릉경비대장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울릉경비대장은 섬에서 장기간 지내야 하지만 경비대장이 되면 상당 수의 부하 직원을 거느린 지휘관이 된다. 힘든 자리지만 그래서 지원자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에서 같이 근무한 한 동료는 "조 대장은 평소 성실하고 동료를 먼저 챙기는 모범 경찰관이었다. 성격이 밝고 건강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 대장의 인적사항을 담은 전단을 지난 25일 배포하고 수색팀을 꾸려 조 대장을 찾아왔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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