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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비트] 아마이아 수비리아 '하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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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프로축구리그 '프리메라리가'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지구방위대'란 별칭이 있을 만큼 다국적 올스타팀이다.

강력한 라이벌 팀인 FC 바르셀로나도 그에 못지않은 초호화 진용이다. 이 두 팀 외에도 프리메라리가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모인 축구스타들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스페인은 자국 축구리그에 모든 걸 거는 것일까?

그 이면에는 불행히도 지독한 지역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원래도 지역 색깔이 뚜렷한 스페인이었지만, 프랑코 총통의 철권 독재통치는 스페인 사람들 가슴속에 깊고 아픈 금을 그어놓았다. 결국 이들은 축구를 통해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토록 깊게 새겨진 역사의 그늘은 또 하나의 상처를 만들었는데 그곳이 바로 스페인 북부 피레네 산맥에 인접한 바스크 지역(넓은 의미의 바스크 지역은 프랑스 남서부 일부까지 포함된 지역을 뜻함)이다.

스스로를 '에우스카디아'라고 부르는 바스크인들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으로 알려졌으며, 고대부터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사용해왔기에 그 자긍심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바스크는 지금도 스페인과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지만 아직은 힘없는 소수민족의 슬픈 메아리가 되고 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 아마이아 수비리아는 현재 바스크를 대표하는 여가수며, '하틱(그렇지만)'앨범은 오랜 그룹 활동을 거친 그녀의 네번째 솔로 앨범이다. 종소리로 시작되는 첫 곡 '우리는 어머니에게 인사해요'는 경건한 여성 합창과 오르간 연주에 이어지는 타악기와 아코디언 연주가 바스크 색깔을 물씬 풍긴다. 바스크어의 신선함도 매력적이다.

'너는 내 곁에'는 재즈 풍의 산뜻한 리듬 전개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수비리아의 보컬이 돋보인다. 부드러운 그녀의 노래와 짝을 이루는 어쿠스틱기타, 피아노 연주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투명한 느낌을 전한다. '달이 뜨네'는 색소폰 연주가 리드하는 곡으로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불가능한 일이었어'는 바스크 포크의 진수를 전하는 노래로, 아코디언과 어쿠스틱기타 두 대로만 이루어진 담백한 반주가 인상적이다. 이 밖에 여러 노래에서 이국적인 바스크 색채와 서정미가 공존한다. 장마와 무더위로 지친 우리에게 신선한 쉼표가 되어줄 만한 음반이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mbc fm '송기철의 월드뮤직'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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