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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의 反 금병매] (10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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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옥방비결'에 기록된 호녀의 조건들은 다음과 같았다.

가슴은 발달되지 않았으나 살집이 좋은 젊은 여자, 부드러운 피부와 명주처럼 가늘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흰 자위와 검은 자위가 뚜렷이 구분되는 눈이 작은 여자, 얼굴이 호감을 주며 말씨가 사근사근한 여자, 관절과 뼈들이 굵지 않은 여자, 천성이 온순하고 상냥한 여자, 적당한 키에 몸무게가 알맞게 나가는 여자, 옥문이 위쪽에 붙어 있는 여자, 음액이 지나치게 흐르지는 않으면서 풍성한 여자,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25세에서 30세까지의 여자 등등이었다.

이런 호녀의 조건들을 놓고 볼 때도 금련은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서문경이 이렇게 무심할 수 있단 말인가.

금련이 목욕을 마치고 이번에는 오랜만에 발을 씻기로 하였다. 백반과 적동(赤銅)가루를 물에 풀어 달이면서 그 김을 발에 쐬고 난 후 따뜻한 물에 봉선화 꽃잎을 띄워 조심스레 발을 씻었다. 발가락들이 오그라져 발바닥을 파고 들어간 형용이 마치 싹이 난 연뿌리 같기도 하고 꽃이 진 연꽃대 같기도 하였다. 붕대를 푼 전족은 보기가 흉측한데도 그 전족이 남자들의 마음을 호리고 있으니 기이한 일이었다.

금련은 발을 씻으면서 어릴 적 전족으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을 잠시 떠올렸다. 왕초선네에 들어가기 전, 해마다 유월 엿샛날에 열리는 전족대회에 나가 금련이 일등상을 타고 비단과 화장품들을 상품으로 푸짐하게 받았다.

전족대회에 나가기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몸과 발을 다듬었던가. 금련은 몸을 깨끗이 씻고 요염하게 얼굴 화장을 하고, 발에 향수를 뿌리고는 갖가지 수가 놓인 붉은 비단 신발을 신고서 식구들과 함께 전족대회장으로 나갔다. 대회장에는 큰 돌들이 놓여 있었는데 대회가 시작되자 각자 그 돌 위에 앉아 맨발을 앞으로 뻗어 사람들이 발을 심사하도록 하였다. 뭇사람들이 대회장에 모여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예쁜 전족들에 감탄하였다.

예선을 거친 여자들이 최종심으로 넘어갔다. 드디어 심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등은 왕(王), 이등은 패(覇), 삼등은 후(后)라고 불렀다. 그 '왕'에 금련이 뽑힌 것이었다. 어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이 뛸듯이 기뻐하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금련의 어머니가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왕, 패, 후에 뽑힌 여자들은 다시 돌 위에 앉아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여자들의 발은 그날만큼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만져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발을 만지면서 얼굴까지 쳐다보아서는 대회장에서 당장 쫓겨났다. 그 사람은 다음 해 전족대회장에도 들어올 수 없었다.

"어쩌면 이리 발이 작고 예쁠까."

특히 남자들이 그 여자들의 발을 손으로 조물락조물락 만져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어떤 남자들은 너무 기분이 좋아 입을 헤 벌리고 침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남자들은 여자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으면서 슬며서 장단지까지 만져보기도 하였다.

금련의 발을 만져보던 어떤 남자는 심장이 멎으려고 하는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였다. 금련은 남자들이 발을 만질 때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지방마다 전족대회를 여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지방에서는 여자들이 전족대회 날이 되면 자기 집 문에 쳐진 죽렴 안쪽에서 발만 죽렴 밖으로 내밀고 심사를 받았다. 사람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죽렴 밖으로 드러난 발들을 살펴보고 만져보기도 하면서 품평회를 가졌다. 젊은 남자들은 대회 날이 되면 신이 나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깨춤을 추며 여자들의 발을 만지고 다녔다. 그러나 이때에도 죽렴을 들추어 여자의 얼굴을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되었다.

그때 발이 햇볕을 쐰다고 하여 그 대회를 쇄각회라고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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