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리포트] 우리 또래 줄리엣 이야기…희곡과 영화로 만나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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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소년중앙 3기 학생기자 박율미(15·홈스쿨링)라고 해. 난 한 작가를 지정해서 그 작가가 쓴 유명한 작품뿐 아니라 작가에게 숨겨진 이야기도 알아보고 있어. 오늘 소개할 작가는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야. 영국은 얼마나 이 작가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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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19세기 사상가이자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식민지였던 인도를 포기할지라도 셰익스피어 없는 영국을 상상할 수는 없다는 말을 했어. 어떠한 경제적·정치적 이윤보다도 크고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이라는 뜻이겠지만, 칼라일의 말을 인도 사람들이 듣는다면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한 술 더 떠서 나라를 내어줘도 셰익스피어는 내어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지. 셰익스피어는 1564년 영국 중부에 있는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지금부터 정확히 400년 전인 1616년에 52세로 세상을 떠났어. 그가 살던 시대가 워낙 오래전이라 그렇겠지만 명성에 비해 그에 대한 기록은 불분명한 것이 많아.

박율미 학생기자의 작가 토크 <9>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는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에서 말 그대로 문법만 겨우 배웠다고 해.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못한 셈이지. 어떤 사람들은 무식한 촌뜨기에 불과한 셰익스피어가 어떤 학자나 작가들보다 수려한 작품을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셰익스피어 사후에 수많은 논란과 억측이 따랐지. 희극·비극·역사극 등 그가 저술한 37편의 희곡 작품만큼 논란도 다채롭고 재미있는 작가야. 셰익스피어는 8살 연상이던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와 결혼했어. 그의 부인이 내가 무척 좋아하는 미국 배우와 이름이 같아서 깜짝 놀랐지 뭐야.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절, 런던에선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와 같은 명문대 출신의 극작가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어. 이들 중 한 사람인 로버트 그린은 라틴어는 조금밖에 모르고 그리스어는 더욱 모르는 촌놈이 극장가를 뒤흔든다고 비난했어. 아마 자신보다 뛰어난 작품을 쓰고, 인기가 훨씬 높은 것에 질투가 났겠지.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은 자신이 담을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드러내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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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가의 모습.

셰익스피어에 대한 영국인들의 자부심과 논란에 대해 살짝 살펴봤으니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품을 열어볼게.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수많은 명작들이 있지만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극 중 하나인 『한여름 밤의 꿈』을 소개할게. 난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셰익스피어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셰익스피어는 중세 서사시나 고전 신화 등의 서로 다른 이야기에 상상을 덧붙여서 고난과 사랑을 주제로 몽환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냈어. 이 책은 테세우스와 히폴뤼타의 이야기로 시작해. 테세우스는 역사적인 실존 인물이기도 하고, 신화가 보태진 영웅이기도 해. 히폴뤼타는 여인들만 사는 아마존의 여왕이야. 사실 이들의 전쟁과 사랑 이야기는 책의 중심 내용이 아니야. 뤼산드로스와 헤르미아, 데메트리오스와 헬레나의 사랑과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 내용이지.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는 왜 테세우스와 히폴뤼타 이야기로 책을 시작했을까. 운명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암시하려던 게 아닐까. 마치 한여름 밤에 꾼 꿈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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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의 한 장면.

또 『로미오와 줄리엣』은 널리 사랑받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지만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어. 줄리엣은 사실 13살 밖에 안된 나이였어. 우리나라였다면 중학교 1학년 나이란 말이지. 그래서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이 1968년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을 때 “줄리엣은 겨우 13살이야. 그걸 잊지 말아야 해!”라고 수시로 외쳤대. 그 덕분인지 제페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5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명작으로 꼽히고 있지. 당시 16살이었던 올리비아 핫세가 줄리엣 역할을 했어. 흔히 올리비아 핫세라고 부르지만 이는 일본식 발음이 잘못 전해져서 굳은 표기고, 올리비아 허시(Olivia Hussey)라고 해야 옳아. 12세 관람가니까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을 것 같아.

셰익스피어는 때를 잘 타고난 사람들 중 한 명이기도 해. 당시 영국의 국왕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는 대대적으로 국방을 재정비했고,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전쟁을 벌여 승리를 거둬. 뒤이어 스페인의 영향력을 밀어내고 북아메리카 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하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펼치게 되지. 만일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이겼다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공용어는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가 되었겠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다스린 영국은 부강해졌고, 문화와 예술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장려했어. 그 덕분에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었던 거야. 셰익스피어의 책을 처음 볼 때는 희곡이라는 낯선 형식에 당황할 수도 있어. 하지만 금세 셰익스피어 작품의 매력에 빠지게 될 거야. 수백 년 전에 이렇게 재미있는 희곡을 썼다니 정말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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