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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스 헬기 추락, 공간감각 상실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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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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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한·미 연합해상작전에 참여했던 링스 해상작전헬기(사진)의 추락 원인은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공간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최태복 해군 공보과장이 27일 말했다. 한·미 해군은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으로 동해 최북단 해역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중 헬기사고로 조종사인 김경민 소령과 부조종사 박유신 소령, 조작사 황성철 상사가 순직했다.

해군, 동체·항적기록 분석 결과 발표
지난달 동해서 훈련중 사고 3명 순직
“장비·기체 결함은 없는 것으로 조사”
다음주 운항 재개…안전대책 보완

해군은 사고 직후 중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1일까지 해저에서 인양한 동체와 항적기록, 조종사의 교신 내용 등을 바탕으로 사고 원인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최 과장은 “사고 당시 헬기는 달빛이 없는 무월광(無月光) 상태에서 야간 비행을 했다”며 “조종사가 일시적인 공간정위상실에 빠졌고, 마지막까지 기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 추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간정위상실은 달이나 불빛 등 외부 기준이 없어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기체의 자세나 속도, 진행 방향, 상승·하강 상태 등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8시57분 사고 헬기는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함인 서애 류성룡함에서 이륙했다. 이후 400피트(약 122m)의 고도로 비행을 하다 30여 초 만에 1000피트(약 305m)로 상승했다. 이와 관련, 사고 조사를 담당했던 송택근 해군본부 감찰실장은 “통상 헬기는 이륙 후 400피트로 비행을 한다”며 “하지만 (사고기의 경우) 고도가 높아지기 전 자동고도조절장치가 꺼져 헬기가 정상비행을 하고 있음에도 고도가 낮다고 판단해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정위상실에 빠진) 이후 30여 초 만에 헬기가 4피트(약 1.2m)의 고도까지 하강했고 급상승을 하려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헬기가 급상승하기 위해 엔진 추력을 최대한으로 높였고, 그 직후 오른쪽으로 몇 차례 회전을 하며 위치송출장비가 꺼졌다. 링스헬기 상단에 장착된 위치송출장비는 헬기가 뒤집힐 경우 자동으로 꺼진다. 이 때문에 조종사가 공간정위상실에서 빠져나와 정상을 되찾은 뒤 저고도로 비행하고 있는 헬기를 발견하고 고도를 급격히 올리려고 조종간을 갑자기 당기면서 헬기가 뒤집힌 것으로 해군은 추정했다. 사고기가 작전장소가 아닌 지역에서 비정상적인 고도 상승과 하강을 한 건 조종사가 공간감각을 잃었기 때문이고, 사고 직전 긴급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외친 뒤 헬기를 급격히 움직인 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얘기다. 전자장비나 다른 기체의 결함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서 해군은 사고 직후 운항을 중단했던 링스 헬기를 다음주 다시 가동키로 했다. 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링스 헬기를 함정에 탑재할 때 안전규정을 보완하고, 다수의 헬기가 참가하는 작전이나 훈련을 실시할 때 항공연락장교를 파견하기로 했다. 또 함정에는 기상관측을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장비도 탑재할 예정이다. 최 과장은 “북한의 잠수함은 (악천후 등) 탐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침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링스 헬기는 고난도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최대한 안전대책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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