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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로 세금 축내는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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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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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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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에 아파트가 본격 분양된 2011년 이후 현지에선 공무원들이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으로 거래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가면 “인기가 많은 아파트는 웃돈(프리미엄)이 수천만원”이라는 달콤한 제안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소문은 지난 26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수사 결과 공무원 55명이 특별분양과 일반분양으로 구한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제한 기간(2014년 3월 이전 1년)을 어기고 불법 전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로 이전한 중앙부처뿐 아니라 공공기관(부처 소속기관 포함)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까지 불법 전매로 차익을 챙겼다. 직급은 2급부터 9급까지 다양했다.

정부는 이전기관 공무원의 세종시 조기 정착과 주거 안정을 위해 아파트를 특별공급했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요건(1년 이상)과 거주기간 요건(2년 이상)에 관계없이 청약자격을 부여하고 ‘특별분양권’ 혜택을 줬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세종시로 아예 이주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높여 주자는 취지였다. 공급한 아파트의 50%가량은 분양 대상을 공무원으로만 제한하는 파격도 있었다. 덕분에 부동산 열기 속에서도 공무원들은 어렵지 않게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수백만원이 넘는 취득세 면제 혜택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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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하지만 일부 공무원은 이런 특혜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특별분양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아넘겼다. 중앙부처 7급 공무원 A씨(50·여)는 중개업자 B씨(47·구속 기소)와 짜고 전매제한 기간에 4700만원을 받고 특별분양권을 팔았다. 돈 앞에서는 ‘공직자 윤리’도 소용없었다. 분양권 불법거래로 아파트 거래가격은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세종시에서 내 집을 장만하려던 서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됐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은 또 다른 혜택도 누리고 있다. 서울~세종청사 간 통근버스가 2013년부터 운행 중이다. 올해도 62대가 공무원들을 실어 나른다. 여기에는 매년 5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공무원들이 특별분양받은 아파트를 처분해 차익을 챙기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중, 삼중으로 혜택을 누리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민심은 이처럼 차갑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각 부처에 통보했다. 그런데도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부처와 자치단체는 사과 한마디 없다. 연루된 공무원을 엄중하게 징계하고 처벌하겠다는 형식적인 발표도 없었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에게 세금을 추징하고 범죄 수익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신진호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