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이 자신 잘못엔 너무 관대” “열혈 지지자였는데 마음 접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순실(60)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들을 사전에 받았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이 25일 사과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 많다. 정유회사 과장인 이모(37)씨는 “결국 언론 보도가 다 맞았다.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국정운영에 개입시켰다는 얘기로 이해된다. 누구를 위한 사과인지 뭘 위한 사과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사과, 시민·SNS 반응
‘탄핵’ ‘하야’ 실시간 검색 상위권

공기업 직원인 손모(36)씨는 “다른 의혹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연설문 관련 내용만 언급해 사과에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사과문도 최씨가 검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대기업 부장인 김승수(45)씨는 “2년 전 정윤회 사건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행위라 했던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엔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도 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 임원인 한모(49)씨는 “뉴스를 본 직후 지지를 철회했다. 그동안 어떻게든 참고 참았는데 나라 꼴이 참 가관인 것 같다. 열혈 지지자였는데 완전 마음이 떠났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조모(39)씨는 “허수아비를 믿고 논에 나가지 않아 벼 낟알을 새한테 다 뺏긴 농부가 된 느낌”이라며 “결국 국민이 게으른 농부가 아니었는지 자책만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회사원 강모(25·여)씨는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이 나라에서 내가 열심히 일한다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여전히 줄 잘 서고 힘센 사람과 인연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강경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탄핵’ ‘하야’ 등의 용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dalli***)는 ‘박 대통령과 최씨가 완전히 국민을 모독했다. 국가와 국민 자존감에 낸 상처 크기가 경술국치만큼 크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fith***)는 ‘탄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도 이를 계속 말해야 한다 ’고 썼다.

박민제·채승기 기자 letm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