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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된 모습의 성공적 변신|신수정 피아노독주회를 듣고 한상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피아니스트 신수정 독주회는 음악예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세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우리 음악계의 선두주자로 활약하던 그가 79년 서울대음대 교수를 사임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을때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섭섭함을 금치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 중앙일보 초청으로 호암아트홀 무대에 선 그의 달관된 모습은 일시에 그 섭섭함을 씻어버리게 할 만큼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 바장조』를 비롯해서 「베토벤」의 『변주곡 바장조』와 『고별 소나타』, 그리고 「쇼팽」의 『4개의 발라드』로 이어진 그의 연주는 음악예술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게 했고, 연륜과 더불어 무르익은 음악어법은 누구에게 들려주겠다는 것보다 스스로 음악 속에 몰입되는 예술적 자유로움을 터득케 했다.
정열적이면서도 머리 좋은 연주가로 느껴졌던 그가 오랫동안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세속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영원한 정신세계에의 섭렵을 통해 여유와 깊이를 더한 표출에 도달하고 있음은 한 연주가의 성공적인 변신이 주는 특별한 기쁨이 아닐수 없다. 오랜만의 독주회를 통해 우리 앞에 선 신수정의 무대는 그런 의미에서 연주가의 길이 무엇인가를 알게 했고, 인간적 성숙과 예술적 연륜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음악은 빛을 발하게 된다는 점을 아울러 깨닫게 했다.
연주가의 사명이 언제나 무대를 통해 청중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고국의 무대에 계속해서 서야할 것이며, 음악적 감동이 주는 기쁨 이상의 기쁨이 없다는 점을 피아노를 통해 계속 확인시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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