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대공항 때 주식 사들여 자산 23배 불린 케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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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6년 출간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에서 대공황을 이겨내는 혁신적인 경제이론을 고안했을 뿐 아니라 성공적인 투자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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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영국 킹스칼리지의 체스트펀드를 운용하던 케인스는 안정적인 국채에 매달리던 다른 대학과는 달리 기금의 90%를 주식에 투자했다. 초기 수익률은 신통치 않았다. 1925~29년 누적수익률은 영국 증시 평균수익률보다 40%포인트나 뒤처졌다.

그러다 ‘검은 목요일’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케인스는 미국 주식을 거침없이 사들이기 시작했다. 미 증시가 1931년 47.1%, 34년 5.9%, 37년 38.6% 추가 하락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케인스는 39년 자신의 포트폴리오 절반을 미국 주식으로 채웠다. 고배당 우선주, 투자신탁(요즘의 뮤추얼펀드), 전기 등 유틸리티 주식에 주로 투자했다.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소수의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22년부터 그가 사망한 46년까지 체스트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영국 증시보다 6%포인트 높았다.

케인스는 미국 증시가 대공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사이 자산을 23배나 늘렸다. 그가 운용하던 킹스칼리지의 체스트펀드도 규모를 10배나 키웠다. 케인스는 바람에 휩쓸리지 말고, 바람 쪽으로 허리를 굽혀 세기와 방향을 따져볼 것을 당부한다. 투자에는 인내와 주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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