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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기다리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02호 4 면

옛날 서울역사는 지금 ‘문화역서울284’라는?이름으로 불립니다. 전관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었지요. 20일부터 12월 4일까지 이곳에서는 ‘영웅본색’이라는 이름의 전시와 공연과 영화?상영이 융합된 오묘한 행사가 펼쳐집니다. 영웅을 흠모하는, 영웅이 되고 싶은, 영웅에 대한 개성 있는 생각이 모여있습니다.


영웅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힘이 센 사람,?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세상을 구하는 자…. 뭐 이런저런 해석이 많겠습니다만, 전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바람벽에?붙어있는 한 구절에 눈이 갔습니다. 프랑스?소설가 로맹 롤랑의 말입니다. “사상이나 힘으로 이긴 사람들을 나는 영웅이라고 부르지?않는다. 마음이 위대했던 사람들만을 나는?영웅이라고 부른다.”


마음이 위대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자기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까요.?이 생각 저 생각하며 나오다가 다시 그의 한구절과 마주쳤습니다. “영웅이란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을 해낸 사람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네요. 그것을 ‘해낸’ 사람이랍니다. ‘할 수 없는?일’도 아닙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못 하고, 안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영웅이 아닙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다들 안녕하시길.


p.s. 정작 주윤발과 장국영 주연의 ‘영웅본색’은 왜 상영 목록에 없나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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