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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근로자 환불항공료 여행사 대표가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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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0만원을 돌려주세요. 한국 사람에게는 큰 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저희가 공장에서 피땀 흘려 번 돈입니다."

29일 오후 2시 인천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 불법 체류하던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환불 항공료를 가로챘던 서울 영등포 B여행사 대표 朴모(42.여)씨가 검거돼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모하메드(33) 등 방글라데시인 3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돈을 되돌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朴씨는 지난해 3~5월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신고 기간 중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권 불법 체류자 3백74명으로부터 1인당 59만~62만원을 받고 항공권을 발매해준 뒤 지난 3월 항공사로부터 이를 환불받아 1억6천여만원(예약 취소 수수료 6% 제외)을 챙겼다.

당시 불법 체류자들은 출국일자가 기재된 예약 항공권을 제출해야만 출국기간을 1년간 유예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정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 8월 말까지 출국 기한을 유예하자 朴씨는 예약 항공권을 구입한 외국인들을 대신해 항공권 예약을 취소하고 항공료를 환불받은 뒤 여행사를 폐업했다.

朴씨는 여행사를 폐업한 뒤 같은 장소에서 친척 명의로 다른 상호를 사용해 여행사 영업을 계속하면서도 피해자들이 찾아오면 "전에 있던 여행사는 없어졌고 (항공료 환불 내용에 대해)전혀 알지 못한다"며 따돌렸다.

인천시내 가구공장에서 일하면서 매달 1백20만원을 받아 고향에 80만원을 송금하고 20만원은 저축, 나머지 20만원을 생활비로 써왔다는 바루쿠세인(31)은 "고향 가족을 위해 하루 한 두끼만 먹으며 일해온 우리 돈을 가로챈 朴씨는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자진신고한 불법체류 외국인이 25만명을 넘은 점으로 미뤄 예약 항공요금을 반환받지 못한 외국인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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