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산별교섭 중구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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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산별 교섭으로 진행되고 있는 은행권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비정규 직원의 정규직화 등 쟁점에 대한 노사간 의견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에 참여하는 회사가 31개나 되다 보니 각 노조에서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협상장에서 이것을 한번씩 훑어보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열차례나 교섭을 했지만 협상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마다 사정이 제각각인데 노조 측에서 일률적으로 타결을 하자고 하니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산별 교섭 문제 많아=은행권의 산별 교섭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은행별 경영실적이 크게 다른 데다 은행이 아닌 기관이 13개나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에 5천억원대의 흑자를 냈지만 국민.외환은행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를 낸 은행은 임금이나 복지수준을 다소 올려줄 여지가 있지만 적자를 낸 은행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사용자 측의 주장이다. 특히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은 산별 교섭과 관계 없이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은행.기관마다 사정이 다르다 보니 산별 교섭에도 불구하고 독자 행동을 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지난달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대구은행은 지난 23일 노사화합을 선언했다.

은행연합회의 대표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간 업무 협조를 원활히 하기 위한 비영리 사단법인이지 노사 협상을 위한 사용자 단체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와 비슷한 성격의 증권업협회는 사용자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증권사 노조들의 산별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임산물 생산자 단체인 산림조합중앙회 등 은행과 전혀 성격이 다른 기관들이 금융산업노조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로 산별 교섭에 끼어든 것도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관 기관 중 11개사는 은행연합회에 가입해 있지 않으면서 위임장을 내는 형식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협상 쟁점=노조가 제출한 76개의 요구사항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임금 11.4% 인상▶노조의 경영참여 등이 쟁점이다. 노조 측은 또 정년을 58세에서 63세로 늘리는 대신 58세가 되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밖에 노조위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하면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내용도 노조 측 요구에 들어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복지수준 향상 등에 대해선 논의가 가능하지만 다른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아예 협상 대상이 아니고, 올해 경영상황을 감안할 때 임금의 대폭 인상은 곤란하며 노조의 경영참여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각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지 모든 은행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사측은 주장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 바로잡습니다

◇7월 30일자 E2면 '은행권 산별교섭 중구난방' 기사에서 '노조위원장'이 현장에 복귀하면 '해외연수'를 보내줄 것을 노조 측이 요구했다는 것을 '노조 전임간부'가 현장에 복귀하면 '직무교육'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으로 바로잡습니다. 노조 측은 또 임금피크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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