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서 논의된 한반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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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강도를 높이고 있는 군사적 모험 주의와 소련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생각하면 한반도의 긴장 완화는 매우 급하다.
그래서 「나카소네」(중증근) 일본수상이 중공 지도자들을 만나 우리측 메시지를 구두로나마 전달하고 남북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중·북한의 4자 회담 문제를 다시금 제기한 것은 시기적으로 그것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반도 북방 3각 관계의 환경은 고무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소련 군함에 동해안의 나진과 서해안의 남포항을 개방하여 블라디보스토크와 베트남의 캄란만을 잇는 태평양 함대의 공격, 방어선은 한국·미국은 물론이요, 중공과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거기다 북한은 최근 소련기의 북한 영공 통과권까지 허용하여 유사시 소련의 태평양 지역 작전은 한층 용의하게 되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 7월 블라디보스토그 맹언이라는 것을 발표하고는 소련이 태평양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을 분명히 했다. 북방 3각 관계에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태로 보면 그건 마치 극동 지역 군사 포진의 강화를 의미한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최근 김일성이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소련 지도자들과 어떤 내용의 토의를 했을 것인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김일성은 지하의 「마르크스」 「레닌」까지도 대노할 세계 공산주의 사상 유례없는 부자 세습을 소련한테 「공인」받는 대가로 북한 전체를 소련이 군사적 전초 기지화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렇게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힘의 균형을 바로 잡는 방도의 하나로 중공은 미군 해군 함정에 청도 기항을 허용했다. 이렇게 서해의 긴장의 파고는 높다.
「나카소네」자신은 내년 초에 있을 「고르바초프」의 방일을 앞두고 소련과 극동 정세 일반에 관한 중공의 의사를 타진하고자 북경을 방문한 것 같다.
그를 통해서 한국은 남북 대화를 재개할 것과 한반도와 동북 아시아의 항구적인 긴장 완화를 위해서 4자 회담을 다시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어디까지나 사태 악화의 방지와 분위기 호전의 효과가 있을 뿐 아직은 그 이상을 기대할 수가 없는 처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련이 자신을 제외한 4자 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가 토의, 또는 해결되는걸 원할리가 없다. 일본 역시 입장은 마찬가지다. 거기다가 북한의 속셈은 4자 회담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묶은 일방과 북한간의 3자 회담, 사실상의 2자 회담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나카소네」를 통해서 지금 비공식으로 확대되고 깊어가고 있는 한중 접촉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 이걸로 우선은 만족할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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