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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한 군인에게 탈북 권유…한반도 ‘4세대 전쟁’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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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반도는 지금 4세대 전쟁 중이다. ‘4세대 전쟁’은 정치적·심리적 수단 등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하는 넓은 차원의 신종 전쟁 개념이다. 최근 남과 북은 심리전의 일환으로 상호 비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연이어 발사하고 5차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그 강도가 세졌다. 정부는 핵 도발에 대한 대응책으로 북한 주민의 탈북을 권유하고 있고, 이 같은 남한의 움직임에 북한의 비방은 거침이 없다. ‘제4세대 전쟁’은 미국 해병대 장교 출신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여러 전쟁을 분석한 후 만들어 낸 개념이다.

박 대통령 지난 1일 “언제든 오시라”
북 전쟁지도부와 분리 노린 심리전
해킹 등 북한의 남남갈등 도발 경고
CD 담은 풍선, 전광판 등 작전 강화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4세대 전쟁 차원에서 다양한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외교·경제 제재에 이어 북한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포문은 박 대통령이 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 기념사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 여러분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잘 알고 있다”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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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북한 주민의 탈북을 공개적으로 권유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탈북 대상에 북한 군인까지 포함시킨 것은 의외였다. 북한 주민은 물론 군인까지 북한 전쟁지도부와 분리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열수 성신여대(국제정치) 교수는 “난폭한 독재자라는 점을 부각시켜 북한 주민 사이에 김정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만들고, 이를 북한 군부에까지 영향을 주자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난 16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도 “최근 북한 주민들은 물론 엘리트층의 탈북도 증가하면서 폭압적인 공포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 지도부를 직접 비판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대북심리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따라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확대하고, 북한에 대한 풍선작전과 전광판 방송도 준비 중이다. 군 당국은 풍선작전을 언제든 시행할 태세가 돼 있다. 풍선에는 아이돌의 영상을 담은 CD 등 남한의 실상이 담긴 물품들이 담긴다. 정부는 또 지난 8월 30일 북한인권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공식·비공식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 영향으로 북한 주민의 탈북을 촉진하고 북한 내에 남한 지지세력도 형성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 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s Act)에 따라 탈북민과 함께 북한 민주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한도 이와 무관치 않다.

◆4세대 전쟁 시도는 북한이 먼저=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4세대 전쟁의 일환으로 남한 사회를 끊임없이 교란하면서 국론분열을 유도해 왔다. 북한에 의한 3·20 디도스(DDoS) 사이버 테러(2013년)와 외교안보 담당자에 대한 사이버 해킹(올해 8월)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2010년)과 무인기 침투(2014년) 도발 등으로 남남갈등도 조장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 뒤 우리 사회는 엄청난 국론분열을 겪었다. 북한은 무인기를 남한에 침투시킨 직후에도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행위 주체에 대한 논란을 조성하려는 시도였다. 국방부는 이러한 북한의 도발을 4세대 전쟁으로 인식했지만 즉각 대응은 자제했다. 대신 북한의 4세대 전쟁과 관련해 장병들의 교육을 강화하는 등 내부 단속에 주력했다. 김종대(정의당) 의원은 2015년 2월 한 언론 기고문(당시 디펜스21+ 편집장)에서 “우리도 북한의 군사전략에 대응해 ‘제4(세대)의 전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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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전쟁은 유사시 대북 ‘분란전’ 전환=군 당국은 평시에 시행하고 있는 4세대 전쟁을 유사시에는 분란전으로 전환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분란전은 특수부대 등을 활용해 적에게 혼란을 조성하고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전술이다. 합참에 따르면 4세대 전쟁에 의한 대북심리전으로 북한 내에 남한 우호세력을 구축한 뒤, 유사시에는 특수부대를 북한에 침투시켜 분란전을 수행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에 침투한 우리 특수부대가 북한 내 우호세력과 합세해 북한에 혼란을 조성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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