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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8번 쏴 7번 실패…“배치된 무수단 미사일 다 폐기할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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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수렁에 빠졌다. 북한이 올해 들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000∼4000㎞)을 여덟 번 발사했으나 여섯 번째에 딱 한 번 성공했다. 7, 8번째 발사는 실패였다. 여덟 번째는 미사일은 날아가지도 못한 채 폭발해 이동발사대까지 손상됐다.

수렁 빠진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
무수단 엔진 성공해야 ICBM에 장착
무리한 추진에 연료계통 문제된 듯
KN-08 등에 엔진 100개 이상 필요
중국제 발사대도 수입제재로 난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는 과정도 비정상적이다. 미국 남가주대의 탄도미사일 전문가인 존 실링 교수에 따르면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면 원인 분석 후 다음 발사까지 몇 달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난 10월 16일 일곱 번째 발사에 실패한 지 5일 만에 여덟 번째를 발사했다. 1∼5번째의 발사도 4월 15일∼6월 22일 두 달 동안 모두 실패했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에 광적으로 목을 매고 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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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 미사일 성공해야 ICBM도 개발=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완성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수단 미사일의 성공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무수단 미사일의 로켓엔진(R-27엔진)은 바로 북한이 개발 중인 KN-08의 핵심 부품이다. KN-08(사거리 6000∼1만2000㎞)은 3단형 로켓엔진을 갖춘 ICBM급 탄도미사일로 북한에서 미 본토까지 날아간다. 북한이 2012년 4월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선보인 KN-08의 1단 로켓은 R-27 엔진(또는 스커드 미사일 엔진) 여러 개를 묶어 사용하며, 2단과 3단 로켓에도 R-27 엔진을 1개씩 사용한다. 북한의 고민은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ICBM을 개발해야 미국과 협상을 벌일 여지를 마련할 수 있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의 엔진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당국은 지난달 북한 무수단 미사일이 발사 중 폭발한 원인을 R-27 엔진에서의 연료 누수에서 찾고 있다. 연료가 연료통에서 엔진의 분사장치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수 현상이 생겨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료도관 자체에 틈새가 생겼거나 연료도관과 연료통 사이를 잇는 고무패킹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진수 한양대(항공공학과) 교수는 “미사일의 연료가 엔진에 공급되는 과정에서 찬 온도에 패킹이 줄어들면서 틈새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86년 1월 발사 후 폭발한 미국 우주선 챌린저호도 낮은 기온에 연료도관의 고무패킹이 얼어 생긴 틈새로 새어나온 수소 때문이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정찰위성을 피해 발사하려다 문제가 더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무수단 미사일이나 KN-08과 같은 중·장거리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만 1시간가량 걸린다. 더구나 실외 발사 현장에서 연료를 주입할 경우에는 연료탱크를 실은 트럭이 2∼4대가량 필요한데 발사 준비 과정에서 정찰위성에 포착되기 십상이다. 북한이 이런 점을 의식해 미사일에 미리 연료를 주입한 뒤 이동하는 중에 약한 연료 계통에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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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치 않은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KN-08과 같은 ICBM을 개발하려면 5∼10번의 비행시험을 해야 안정성이 확보된다. 비행시험 없이 ICBM을 배치한 나라는 없다. 북한이 90년대 초 개발한 노동미사일은 다섯 번 이상 비행시험을 거쳤다. 북한은 KN-08을 한 번도 발사하지 않았다. 앞으로 시험발사할 때마다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북한이 이런 부담으로 KN-08을 비행시험 없이 실전 배치할 수도 있지만 신뢰성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무수단 미사일도 북한이 비행시험 없이 2007년 수십 발을 배치했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다섯 번 발사에 모두 실패했다. 정보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에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을 완전 폐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번에 발사 중 폭발한 7, 8번째 무수단 미사일은 새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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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유엔 안보리결의안 2270호에 의한 대북 경제제재로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부품 수입이 난관에 봉착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북한이 새로 무수단 미사일과 KN-08을 만들려면 100개 이상의 R-27 엔진을 생산해야 하는데 많은 예산과 부품이 소요될 전망이다. 무수단 미사일과 KN-08을 발사할 이동발사대(WS51200)도 중국산이어서 수입에 애로가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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