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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10% 수익 펀드가 셋…부활한 한투 베트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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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펀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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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신탁운용 호찌민사무소 주식운용팀이 운용한 주식혼합형 펀드는 유형 내 3분기 수익률 1~3위를 휩쓸었다. 주식형 대표 상품 ‘베트남그로스 펀드’ 설정액은 지난 9월 한 달간 300억원 넘게 늘었다. 왼쪽부터 배승권 팀장과 쯔엉빈안, 응우옌한, 응우옌냐, 후인마이타오, 팜아인부, 크리스 짠 등 현지인 운용역.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 현지 기업 실사(實査)를 나가면 왜 찾아오느냐며 투덜대는 경우도 있어요. 아직 투자가 왜 필요한지, 재무 분석이 왜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인 2명+베트남인 7명
호찌민사무소 현지화 결실
10년 전 부진 털어내며
해외혼합형 1~3위 휩쓸어

팜아인부(33)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 호찌민사무소 기업평가팀에서 일하는 주식 애널리스트다. 베트남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하노이 외상대(Hanoi Foreign Trade University)를 졸업하고 현지 증권사에서 일하다 5년 전 한투운용에 입사했다.

그는 매일 아침 팀원들과 회의를 열어 기업 방문 일정을 논의한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일일이 기업을 방문해 경영진을 직접 만나본 뒤에야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한투운용이 국내에서 투자를 결정할 때와 같은 방식이다. 팜은 “2000년 개장한 호찌민 증시는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뛰는 차별화된 분석 역량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게 팀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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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앙일보가 펀드평가사 KG제로인(www.funddoctor.co.kr)과 함께 분석한 올 3분기 해외주식형 펀드(혼합형) 중 수익률 1~3위가 바로 이 한투운용 호찌민사무소에서 운용하는 베트남 펀드다. 해외주식형 펀드의 약진은 대세가 됐다. 3분기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6.07%)은 국내주식형 평균 수익률(2.04%)을 훌쩍 뛰어넘었다.

주식형 펀드에 채권 투자를 일부 더한 주식혼합형의 경우에도 해외 평균(3.94%)이 국내 평균(1.33%)의 세 배 수준이다. 7~9월 석 달간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4조3629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베트남 주식 펀드에는 1786억원이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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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운용은 일찍이 베트남 현지 리서치 역량을 키웠다. 해외주식형 펀드 중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펀드’의 3분기 수익률이 11.98%로 가장 높다. 나머지 2~3위 펀드도 모두 10%가 넘는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한투운용 호찌민사무소에는 한국인 사무소장과 주식운용팀장, 현지인 주식 애널리스트 6명과 부동산 펀드 애널리스트 1명까지 총 9명이 근무한다. 팜을 비롯한 4명의 시니어 직원은 현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 3~4년 이상 활동한 경력직이다. 2명의 주니어 직원은 한투운용이 첫 직장이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한국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만큼 운용팀의 애로도 많다. 베트남 주식시장 전체 거래량의 80% 이상은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한다. 짧게는 3일에서 한 달 미만의 단기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한 투자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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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권(42) 호찌민사무소 주식운용팀장은 “지난 10년간 수차례 급등과 급락 장을 경험하면서 베트남 주식시장에서는 보수적인 운용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기업의 실적보다는 당장의 이슈·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라 현지에서 느끼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변화를 빨리 제대로 읽고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인 애널리스트를 고용하는 이유다.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 6개 중 대표상품은 ‘베트남그로스 펀드(주식형)’와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펀드(주식혼합형)’다. 베트남그로스 펀드는 금융투자협회 조사 결과 올 3~8월 팔린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중 설정액 1위(1062억원, 전체의 13.4%)를 차지한 히트상품이다. 3분기 수익률(9.91%)이 이전보다 주춤하지만 여전히 10%에 가깝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펀드는 최근 채권을 빼고 포트폴리오를 주식으로만 구성했다. 최근 베트남 주가지수(VN)가 700선에 육박해 일정 부분 이익을 낸 뒤 다시 안정적인 채권을 편입할 계획이다. 배 팀장은 “올 초 목표 지수가 700선이었고 연말까지 650~710 사이 박스권을 예상한다”면서 “내년 연말까지는 추가 1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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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펀드는 과거 한 차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적이 있다. 주가지수가 2006년 1100포인트를 찍으면서 투자 붐이 일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7년부터 급락해 2012년 250선까지 주저앉았다. 2006년 11월 설정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펀드도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돼 지난달 수익자 총회에서 만기를 2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영석 한투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은 “인프라와 부동산 시장 개발의 수혜를 꾸준히 누릴 건설 및 건설 자재, 철강 관련 기업의 우량주 위주로 수익률을 높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상·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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