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총장의 용인술, 강경화 인수팀장 기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강경화(61·사진)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 사무차장보가 내년 1월부터 유엔을 지휘할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의 인수팀장에 기용됐다.

강 사무차장보는 지난 10년간 유엔을 이끌어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측의 업무를 이양 받는 실무를 책임지게 된다. 차기 총장의 중점 업무 구상과 비서실 구성 등 '구테흐스의 유엔'의 밑그림도 그리게 된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을 자신의 인수팀장에 앉힌 것은 구테흐스의 절묘한 용인술이다. 인수·인계 작업을 매끄럽게 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구테흐스 차기 총장은 인수팀 대변인으로는 미국 출신의 멜리사 플레밍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을 임명했다. 또 선임자문관으로 미셸 쥘-맥도너(자메이카) 유엔개발계획(UNDP) 아ㆍ태 지역 부국장, 주앙 마두레이라 유엔 주재 포르투갈대표부 공사참사관, 라두안 누이세(튀니지) UNHCR 예멘 지역 자문관을 선임했다.

강 차장보는 여성과 인권 분야 전문가다. 구테흐스 차기 총장과는 '인권'이라는 코드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강 차장보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부판무관(2007~2013년)으로 있으면서 구테흐스가 이끌던 UNHCR과 긴밀하게 일했다. 2013년 3월부터 유엔의 재난 대처 업무를 조정하는 인도지원조정실에 근무하면서 구테흐스와 직·간접으로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차장보는 '유엔 기구 최고위직 한국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6년말 약 80대 1의 경쟁을 뚫고 OHCHR 부판무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면접을 봤다.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은 특채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통역한 것이 계기가 돼 외교부에 국제전문가로 채용됐다.

연세대 졸업 후 KBS 영어방송 PD 겸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세종대 교수를 지냈다. KBS 아나운서를 지낸 고 강천선 씨가 부친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