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바람만이 안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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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 스웨덴 한림원이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문학을 문학서적의 테두리 안에서만 보는 범인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버렸습니다. 우리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던 문학의 제한된 외연이 단번에 확장됐습니다. 그래서 신선합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문학과 음악을 구분하지 못했다, 심사위원 중엔 역사학자들도 끼어 있어 판단을 잘못했다, 훨씬 훌륭한 문학가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상이란 원래 그런 논란이 뒤따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이 답인지는 딜런의 가사처럼 바람만이 아는지도 모릅니다. 딜런은 수상 발표 뒤 열린 공연에서 노벨상 얘기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합니다. 그저 노래에만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더 큰 인상을 받은 듯합니다.

국회의원 33명이 20대 총선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민주당 16명, 새누리당 11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입니다. 민주당은 편파 수사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의원 숫자로 보나, 그들의 정치적 비중으로 보나, 야당에 편파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법이란 누군 봐주고, 누군 잡아넣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부러 균형을 맞출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으니 어떤 수사 결과에도 승복하는 분위기가 잡히지 않습니다. 불신감이 왜 이토록 커졌지는 검찰 스스로 잘 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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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주 김영란법 해석 지원 TF를 구성키로 했습니다. 법 해석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오늘 관계 장관회의를 처음 열고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뒤늦은 대응이지만 법 해석의 복잡성, 애매함, 난해성을 정부도 공감한다는 뜻입니다. 김영란법은 이미 시행됐고, 신고는 나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뒷북 치지 말고 제대로 좀 하라고 정부에게 청탁하고 싶은데, 이것도 걸리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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