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어린이재미있는 놀이로 글자 익힌다|중앙대, 「즐거운 언어놀이」워크숍서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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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어린이들이 놀이처럼 재미있게 글자를 익히게 할수는 없을까.
자녀가 국민학교 입학전에,또는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글자를 읽고 쓰게 하려고 서두르는 부모는 나날이 늘고있으나 지금까지 「뾰족한 방법」 은 별로 알려진게없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각각 배운뒤 서로 연결하는식으로 구성된 책이나 앞에는 그림, 뒤에는 낱말이 인쇄된 낱말카드 정도가 고작.
이런 실정에서 놀이를 통한 문자지도요령이 소개되어 유치원교사와 자모들의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자, 이번엔 「글자를 먹는 가족」 놀이예요. 각자 마음에 드는 인형을 자기 앞에다 세워보세요.』
4명의 어린이 앞에 원통형의 인형이 하나씩 세워지자 교사는 『자기 인형하고 제일 잘 어울리는 카드를 3장씩 골라 가지세요』한다.
『그럼 자기 카드에 쓰인것을 읽고 나서 차례로 인형의단추에 끼워 볼까요?』
어린이들이 「엄마·웃는얼굴·예쁜옷」등 각각 카드를 단추에 끼운뒤 교사가『이제 다시 카드를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으면서 인형 입속에 집어넣어봐요』 하니까 어린이들은 각자 낱말카드에 적힌 글씨를 큰소리로 읽으면서 자기가 먼저 끝냈다고 서로 으스대며 즐거워한다.
지난 22∼25일 중앙대 유아교육학과가 마련한「즐거운언어놀이」워크숍이 언어놀이를 지도한 교사는 유아교육학과 졸업반 학생38명, 어린이의 입장에서 읽고 쓰고 표현하기를 배운 사람은 서울·광주·부산·인천등 전국 각지의 유치원교사와 중앙대부속유치원생의 어머니등 약6백명이었다.
커다란 종이에 궁전과 오솔길이 알록달록 그려진 놀이판에 둘러앉아 「공주님 구하기」 놀이를 하거나 낡은 레코드판으로 만든「디스크 게임」 도구를 돌리는 「하루 어린이」 들은 사뭇 즐거운 표정들.
그밖에 주사위·비닐주머니·깡통등으로 만든 놀이도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그저 흰종이와 연필만 가지고어린이가 제일 궁금해하거나 관심을 가진 낱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글자의뜻과 읽기·쓰기, 정확히 말하기 등을 저절로 배우게하는 놀이들이 소개됐다.
이 워크숍에 참가한 김윤희교사 (서울엔젤유치원)는 『대부부의 어머니들은 자녀가 유치원 과정을 마치기 전에 글자의 뜻은 몰라도 좋으니 읽을줄은 알게해 달라고 부탁한다』면서『그런 요구에 매이다보면 자칫 어린이가「꽃은 예쁘다」식의 고정된 표현 이상은 할줄 모르게 되고, 읽거나 쓸줄 알아도 좀처럼 발표하러 들지않는 등의 문제점이 생기기 십상』이라고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언어놀이를 활용하면 읽기나 쓰기뿐 아니라 남의 말을 주의깊게 듣는 태도와 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나타낼줄 아는 표현력도 기를수 있으리라는것.
또 『가정에서 부모들이 손쉽게 활용할수있는 언어놀이도 대우 다양한 만큼 어머니교실이나 부모교육 프로그램등을 통해 보다 널리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대 이원령교수는『글자를 배울때의 첫경험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어린이는 공부가 지겹고 힘든것이란 선입견을 갖게되므로 아무런 부담없이 놀면서 은연중에 문자를 익히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 강조.
대체로 만4세가 되면 글자에 흥미를 느끼고 읽을줄도 알게되지만 개인차도 크므로 무조건 국민학교 입학전까지는 읽거나 쓸줄 알아아된다는 식의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며 『다양한 언어놀이를 즐기게 하면 어린이 각자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서 각자의 수준에 맞게 지도할수 있다』 고 설명했다.
또유난히 문자해득이 늦은 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도 이같은 언어놀이를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라고.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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