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마치 문어같았다, 내 온몸을 더듬었다" NYT, 트럼프 성추행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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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30년 전 성추행을 폭로한 제시카 리즈.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여성들을 더듬고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05년의 '음담 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된 데 이어 트럼프에 관한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에게 성추행 피해를 봤다는 여성 2명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제시카 리즈(74)는 36년 전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를 만났다.
당시 38살이던 리즈는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일등석에 자리가 비어 승무원의 권유로 일등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그 옆자리에 앉아있던 트럼프는 리즈에게 결혼여부 등을 물었고 리즈는 이혼했다고 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트럼프는 기내식 저녁을 먹은 후 좌석 팔걸이를 제치더니 리즈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리즈는 트럼프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서는 스커트에 손을 넣으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리즈는 "그는 마치 문어 같았다"며 "그의 손은 (내 몸) 모든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건 (성)폭행이었다"고 강조했다.

충격을 받은 리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원래 배정받았던 이코노미석으로 옮겼다.
그는 인터뷰 전 NYT에 보낸 제보 메일에서 "그(트럼프)의 행동은 성격에 깊이 뿌리박혀 있던 데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리즈는 트럼프가 자신의 성추문과 관련해 "절대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TV 화면을 때려부쉬고 싶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레이첼 크룩스(33)도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05년 당시 22살이던 크룩스는 부동산 투자·개발회사 '베이록 그룹'에서 안내원으로 일했다. 그의 회사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 있었다.

2005년 어느 날 아침 크룩스는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 밖에서 트럼프를 우연히 만났다.

크룩스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트럼프와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트럼프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악수를 했다.

크룩스는 이후 트럼프가 손을 놓아주지 않고 뺨에 뽀뽀하더니 "내 입에다 직접적으로 키스를 했다"며 "이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하찮게 봤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일자리로 돌아온 크룩스는 즉시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리즈와 크룩스는 모두 당시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리즈는 남자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 "우리(여성) 잘못이라고 배웠다"며 당시 시대 분위기상 신고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크룩스의 경우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의 여성이 첫 직장에서 트럼프라는 거물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고 NYT는 크룩스의 당시 남자친구의 말을 빌려 전했다.

두 사람은 가까운 지인들과 트럼프의 만행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쳐야 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에 트럼프는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혀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라며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내용을 기사화한다며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도 NYT의 보도에 "완벽한 거짓이며 조작된 인신공격"이라고 반발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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