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의 아픔·정치적 부패 해부|아주 첫 노벨문학상 「소잉카」의 작품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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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잉카」의 대표작으로는 풍자극 『콩기의 수확』 (64년), 장편소설 『해설자들』 (65년)과 『퇴폐의 켸계절』 (73년)등을 들 수 있다.
『콩기의 수확』 은 국민보다는 자기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독재자 「콩기」 가 국민을 인간성을 파탄시키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장편 『해설자들』 에 나타난「소잉카」의 두드러진 관심사는 역사· 정치적 타락상이다. 언론인· 외무부관리·엔지니어·화가· 대학강사 등 나이지리아의 검은 지식인 다섯 명의 시선을 통해 사회전반에 두루 퍼진 위선·탐욕· 타락 등의 치부가 드러난다.
이들은 다른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부패한 정권에 의해 착취당하고 천박한 세상에 구역질을 내지만 마침내는 고질이 된 부패·특권·위선적 도덕관 등이 벽에 부딪쳐 방향 감각을 잃고 표류함으로써 「나이지리아 사회의 해설자들이자 희생자들」이 되고 만다.
나이지리아 시민전쟁 이후의 사회문제를 우화적인 수법으로 다루고 있는 장편 『퇴폐의 계절』 은 『해설자들』 보다 훨씬 더 암담한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작품 자체도 훨씬 더 난해하다.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대신 군부를 등에 업은 탐욕스런 통치자들은 자유를 구속하기 위해 협박과 폭력을 마구 사용하고 다국적 기업들은 부패한 정치인들과 공모하여 당국의 방침에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한다.
공포가 더욱 가중됨에 따라 여러 등장 인물들은 출구가 없고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없는 듯한「현대의 지옥」 에서 비틀거린다.
이와 함께 문체나 기법 면에서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다른 아프리카 작가들과는 달리 매우 독특한 면을 보이고있다.
「소잉카」 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간추려 보면 우선 그는 요루바 족의 전통, 세계관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잇다. 즉 인간이란 마스크(탈)에 불과하다. 신들이 그것을 통해 지상에 그들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다는 개념이다.
두번째로는 요루바 족의 전통 신들 중에서 「소잉카」를 가장 매료시키는 것은 오군 (Ogun) 인데 이는 희랍신화의 프로메테우스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즉 그는 철 (쇠) 의 신으로서 인간들에게 기술과 효용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파괴와 폭력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2중 적인 신인 것이다. 그는 인간의 양면성을 이곳에서 찾았다.
한편 예술과 관련하여 그는 어떤 목표나 성공에 관계없이 의지의 표현에 의한 괴테 (Goeyhe) 적 끊임없는 노력을 영웅적 행위로 보고 역사라는 것은 이 같은 영웅적 행위를 가능케 하기에는 너무나 비관적인 것으로 보았다. 진부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생활 궤도에서 유일하게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영웅적 행위는 오로지 예술가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의 문체는 문장구성, 어휘 및 은유 면에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사건의 진행에 있어서도 자연적 흐름을 무시하여 「제임즈·조이스」의『율리시스』를 연상케 한다. 그의 장편소설『해설자들』중 1l3페이지에 달하는 1∼7장은 불과 24시간 안에 벌어진 사건에 불과하다. 그의 희곡·시·소설 등 모든 장르에서 일상적 생활경험이 그려진다.
우연한 성적 접촉, 나이트클럽의 소음, 칵테일 파티,직업을 얻기 위한 인터뷰, 부정 공무원과의 만남, 도망치는 도둑의 목적, 대학 강의 및 진부한 리포트 채점, 무지막지한 노상 교통사고… 등. 그는 인생을 하나의 경험으로 보고있다. 문제는 이같이 진부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상 경험으로부터 사회·역사의식을 끌어내어 감동을 주고 있다. 권명식<외대·와힐리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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