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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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너드·갤브」는 원래 기자였다. 뉴욕타임스, CBS, NBC에서 이름을 날렸다.「키신저」국무장관 시절엔 그의 평전까지 써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일도 있다. 올해 62세의 노장.
바로 그가「국무성 통」이라는 인연으로「차관보」급의 국무성 대변인으로 발탁됐었다. 그러나 관리로 변신하고 나서도 기자의 배포만은 여전했다. 세계 정세를 코멘트 하는 국무성의「눈 브리핑」(정오회견)에서도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좇기는 일이 없었다.
엊그제「갤브」가 느닷없이 국무성에 사표를 내던진 것도 말하자면 기자출신다운 배포의 일면이다.「거짓말 브리핑」이나「각본 브리핑」따위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
「거짓말 브리핑」의 진상은 이렇다. 지난 8욀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지 1면 톱을 장식했던 기사는 미행정부에 의해 조작된 오보라는 것이다.
리비아에선「카다피」의 반대파들이 세력을 규합해 쿠데타를 일으킬 음모를 짜고 있으며, 미국은「카다피」의 리더십에 결정타를 가할 제2차 공습을 개시할 것이라는 기사. 그때 세계의 매스컴들은 이 보도를 인용했었다.
문제는 그것이 모두 불발로 끝났다는데 있다. 나중에 알려진 얘기로는「카다피」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려는 미국 행정부의 술책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홍보조작」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미국의 월드 폴리시 저널이라는 잡지에 발표된「W·로먼」교수(캘리포니아주립대)의 글엔 이런 얘기도 있었다. 지난해 미국 바깥에서 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미국인은 23명이었다. 같은 기간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희생자는 1천3백84명.
그러나 미국 정부는 미국인의 관심을 테러리즘으로만 쓸리게 했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인 것은 제3세계의 외채 위기는 될수록 관심을 덮어 버리려는 미국정부의 홍보대책이다.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미국 언론계에선 논란이 분분하다. 그때 UPI는 2천명 사망 설을 전세계에 타전했었다.
훗날 빈에서 열린 세계 원자력 과학자회의에서 이것은 과장된 수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뉴욕대학「전쟁·평화·미디어」센터「D·루빈」소장은 미국의 일부 매스컴이 이 사건을『다소 들뜬 기분으로 소련에 대한적대심을 가지고 보도했다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런 시비는 미국에만 국한될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뉴스를 미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세계 매스컴이 조작의 대상이 된 셈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일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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