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양키스 벽'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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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에게 뉴욕 양키스는 '넘어야 할 산'이었다. 2001년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의 '참패'는 뼈에 사무칠 만큼 아팠다. 3-1로 리드했던 4차전, 2-0으로 앞섰던 5차전 모두 9회말 투아웃에서 동점 홈런을 맞았다. 그때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스물두살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지난해 6월 김병현은 양키스전에서 꿈에도 그리던 첫 세이브를 올렸다. 그리고 다시 1년. 레드삭스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김병현은 '숙적'양키스를 상대로 두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양키스로부터 세이브를 뽑기 위해선 그만큼의 오랜 세월이 필요했을까.

김병현은 28일(한국시간)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6-3으로 앞선 9회말에 등판, 1이닝 동안 1안타.1볼넷.1삼진.1실점으로 6-4 승리를 이끌며 세이브를 올렸다. 김병현은 시즌 5승8패6세이브, 방어율 3.47을 기록했다.

김병현은 첫 타자 데릭 지터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잠시 흔들렸다. 주자에게서 눈을 뗀 사이 도루를 허용하고 만 것이다. 무사 2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김병현은 차분했다. '패기'만으로 월드시리즈에 섰던 스물 두살의 김병현과는 또 달랐다. 그리고 강타자 제이슨 지암비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버니 윌리엄스에게 내야안타를 허용, 1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일본인 선수인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

"힘과 정확성을 고루 갖춘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보다는 마쓰이가 상대하기 편한 타자"라며 경기 전날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던 김병현은 마쓰이에게서 2루수 앞에 떨어지는 병살타성 타구를 끌어냈다.

무실점 세이브를 잡는 순간이었으나 2루수 대미언 잭슨이 공을 놓치는 바람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데 그쳐야 했다. 그 사이 3루주자 지터가 홈을 밟았고, 김병현은 1자책점을 기록했다.

경기 직후 레드삭스의 투수코치 데이브 웰리스는 "누구나 양키스에 얽힌 김병현의 '역사'를 알고 있다"며 "최근 양키스전 1.2차전에서 세이브에 실패했던 김병현에게 오늘의 경기 결과는 강한 자신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삭스는 양키스와의 3연전을 2승1패로 마무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인 양키스를 1.5게임차로 바짝 추격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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