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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2720억 쏟아붓고도 막지 못한 두 살배기의 죽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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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20억 쏟아붓고도 막지 못한 두 살배기의 죽음

1일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김민건(2)군이 종합병원 13곳에서
치료를 거부당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군은 전주 시내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길을 건너다
후진하는 대형차에 치여 오른쪽 골반뼈가 골절되는 등
심각한 외상을 입었습니다.

김군은 곧바로 인근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빈 수술실이 없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소아 수술 전문의가 없다"
"미세 수술은 불가능하다"
"중증 외상을 치료할 의사가 없다"
"입원 환자가 많다"

병원 의료진이 전국의 종합병원
13곳에 김군을 수술할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모두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그 중에는 김군 같은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 설립된 권역외상센터 6곳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라. 운영기준
   1) '24시간 365일 중증외상환자 진료가 가능''신속 대응체계 및 당직체계를 운영'
   2) '각 외상팀별로 전문과목 구성과 과목별 인원수를 산정하여 외상환자 전담 전문의를 배치'
   3) '의료기관 내 다른 시설과 장비에 대해서도 응급상황인 경우에는 외상환자가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골든타임 내에 응급외상환자의
치료를 가능케 하겠다'는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7시간 동안 외상센터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자식이 눈앞에서 손 한번 못 쓰고 죽어가는데
기다리는 7시간이 지옥 같고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김군의 아버지, 한 매체와의 인터뷰-

의료진이 다른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동안,
김군의 부모는 지옥같은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전국 병원 간 후송을 조정해주는 환자 전원조정센터가
전주지역에 아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진은 3시간 동안이나 전화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9시쯤이 돼서야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맡기로 했지만,
이번엔 구급 헬기가 걸림돌이었습니다.

"환자 상태와 헬기 이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북대병원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급박했던지 1시간 가량 통화가 안 됐다"
-중앙119구조본부 이동원 119구조상황실장-

전북소방본부에는 헬기를 띄울 인원이 없었고,
그나마 연결된 중앙구조대의 헬기마저
전북대 병원과 연락이 원활하지 않아 출발이 지연됐습니다.

외상센터의 운영에서부터
병원 간 공조·후송체계까지 제대로 작동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물론 병원과 의사 탓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고작 30여명 남짓.
절반이 넘는 소아외과 의사들은
진료실적 압박으로 다른 분야도 진료를 해야 할 만큼 열악합니다.

“수술하다 불가피하게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살인죄에 준해 처벌하니 위험한 환자를 누가 수술하려 하겠냐.
정부 정책이 잘못 설계되니 이런 결과를 낳게 되는 것”
-B의사, 의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과 전공의가 전반적으로 부족한데다
의료분쟁 조정 강제 개시 이후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생겼습니다.

하지만 두 살배기 아이의 목숨 앞에
이 모든 건 핑계일 뿐입니다.

중증외상센터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열악한 의료서비스 현실을 개선하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박범준 인턴 park.beomjune@joongang.co.kr
디자인: 강지원 인턴 kang.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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