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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또 과열되는 부동산 시장 … 정부는 구경만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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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심상찮다. 그 중심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있다. 올해 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청약 경쟁률은 37.8대 1이었다.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이 넘는 아파트라 이 정도 경쟁률도 당시엔 ‘과열’로 간주됐다. 하지만 약과였다. 지난 5일 잠원동 신반포 5차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리버뷰 청약엔 28가구 모집에 8585명이 몰렸다. 역시 3.3㎡당 4000만원이 넘는 고분양가에도 경쟁률은 306.1대 1까지 치솟았다. 당첨만 되면 6개월 만에 많게는 억대의 차익이 가능한 전매제도를 악용한 청약 광풍이 불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이 ‘투기판’이 된 것이다.

재건축 광풍은 강남 중소형 아파트값까지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있다. 서울 서초동 반포 리체 전용 59㎡의 실거래가격은 10억원을 넘어섰다. 신도시로도 확산 중이다. 삼송·미사·위례지구에 이어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집값도 꿈틀거리고 있다.

경기가 나쁜데도 부동산만 과열되는 건 심각한 위험 징후다. 집에 돈이 잠기면서 소비 위축, 내수 침체로 이어지기 쉽다. 부동산 거품이 갑자기 꺼질 경우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발 대형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 부동산 양극화를 부추겨 계층 간·지역 간·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는 이르다”며 손을 놓고 있다.

지금의 부동산 과열은 그간 완화 위주로 펼쳐온 부동산 정책의 결과물이다. 정부는 재당첨 제한 폐지에 이어 수도권 전매제한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차례로 완화했다. 초저금리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몰리게 유도한 셈이다. 정부는 결자해지의 각오로 당장 시장 규제에 나서야 한다. 우선 재건축 광풍부터 틀어막아야 한다. 전매제한을 현행 6개월에서 입주 후까지로 강화하고, 다운계약이나 미등기 전매는 철저히 색출해 징벌적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 즉각적이고 강한 시장 규제 의지를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을 끌수록 거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