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천항·다대포항 방파제 유실 붕괴…부실시공 의혹 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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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 태풍 차바(CHABA)에 속절없이 부서진 부산 감천항 서방파제의 모습. 전체 680m 가운데 중간 부분 400m 가량이 부서지고 유실됐다. 송봉근 기자

지난 5일 제 18호 태풍 차바(CHABA) 내습 때 부산 감천항과 다대포항에 건설된 방파제가 상당부분 유실·파손·봉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방파제가 최근 준공된 것이어서 부실 시공·감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건설사무소가 6일 현장 조사한 결과 다대포항 동방파제는 전체 300m 가운데 중간 부분 160m가 부서지면서 유실됐다. 또 다대포항 서방파제는 내해 쪽에 보강한 케이슨(Cassion·속이 빈 대형콘크리트 구조물) 400m가 무너지거나 부서졌다. 감천항 서방파제는 680m 중 400m, 감천항 동방파제는 500m 중 160m가 무너지거나 부서지는 등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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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항 방파제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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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항 방파제 위치도

다대포항 방파제는 총 1000m(서방파제 700m, 동방파제 300m)로,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사업비 1044억여원이 투입돼 완공됐다. 감천항 동·서방파제 보강공사와 남방파제(350m) 설치공사 등은 1204억여원이 투입돼 2013년 말 준공됐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방파제가 태풍에 속수무책으로 유실·파손된 셈이다. 이들 방파제를 다시 건설하거나 보강공사를 하려면 3~4년씩 걸리고, 수백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준공된 시설물인 점 등을 들어 언론 등에서 잇따라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해양수산청은 이에 따라 정확한 피해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대한토목학회에 6일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결과에 따라 재시공 같은 조치를 하기 위해서다. 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태풍 당시 중심기압이 감천항과 다대포항 인근에 있었고, 만조시간에 맞물려 해수면 높이가 평상시보다 약 2m가량 높게 형성된 정황을 감안할 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로 예상되지만, 피해원인을 정확히 조사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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